머스크, 'AI 위험' 경고하더니…10년 전부터 연구해왔다

입력 2023-05-02 14:13   수정 2023-05-21 04:26

인공지능(AI) 기술에 대한 우려를 표명해온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10년 전부터 AI 연구에 주력해온 것으로 나타났다. 마이크로소프트와 오픈AI가 개발 경쟁에서 앞서나가자 머스크가 여론전을 펼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머스크 CEO가 10여년 간 AI 개발에 매진했다고 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최근 연달아 AI에 대한 우려를 표명해온 것과 전혀 다른 행보다. 이날 머스크는 트위터에 "AI와 자동화에 대한 선의의 의존조차도 기계 작동법을 잊어버릴 정도가 되면 인류 문명이 위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과거부터 머스크 CEO는 여러 차례 AI의 위험성을 여러 차례 경고해왔다. 인간의 힘으론 AI를 통제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2017년 그는 트위터에 "AI가 북한보다 더 위험하다"고 경고한 바 있다. 지난 3월에는 머스크는 1000여명의 석학과 함께 "6개월간 AI 개발을 중단하자"는 공개 성명을 발표했다.

머스크의 말과 행동이 상충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019년 머스크는 테슬라 컨퍼런스콜에선 AI를 활용한 '로보 택시'를 도입할 것이라고 밝혔고, 지난해에는 휴머노이드 로봇 시제품을 공개하기도 했다.

올해 머스크는 오픈AI와의 경쟁을 공식화했다. AI 스타트업인 X·AI를 지난달 설립했다. 오픈AI의 챗 GPT가 거짓말을 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진실을 추구하는 트루스(Truth) GPT를 선보이겠다는 것이다.

머스크의 말과 행동이 다른 이유는 AI 경쟁에서 도태될 것이란 불안감 때문이다. 2010년 머스크는 AI 스타트업 딥마인드에 초기 투자했다. 3년 뒤 딥마인드를 인수하려 했지만, 구글에 밀렸다. 머스크의 측근은 WSJ에 "당시 머스크는 AI 연구를 주도하고 싶어 했다"며 "구글의 CEO였던 래리 페이지에 대한 불신도 컸다"고 말했다.

머스크는 2015년 샘 알트먼과 함께 오픈AI를 설립했다. 당시 머스크는 설립 초기부터 공격적인 목표를 세웠다. AI 모델을 선보이지 못하면 회사의 신뢰도가 손상될 것이란 판단에서다. AI 개발 과정을 통제하기 위해 직원들을 대상으로 주기적인 설문 조사를 실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머스크는 한동안 AI에 천착하는 모습이었다. WSJ에 따르면 머스크는 2017년께 동생 킴벌 머스크를 비롯한 지인들에게 오픈AI와 뇌 신경 스타트업 뉴럴링크 발전에 주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머스크는 오픈AI의 기술 개발 속도에 불만이 컸다. 그는 회사에 더 많은 권한을 요구했다. 비영리법인이었던 탓에 경영권이 구성원들에게 분산됐기 때문이다. 머스크는 이를 계리고 알트만과 충돌한 뒤 오픈AI를 떠났다. 이후 알트만은 회사를 영리법인으로 전환한 뒤 마이크로소프트로부터 10억달러를 조달했다.

지난해 오픈AI가 챗 GPT를 선보인 뒤 공격 수위가 더 세졌다. 머스크는 오픈AI를 겨냥해 "MS의 이윤 극대화를 위한 회사가 됐다"며 "설립 당시 (내가) 의도한 바가 전혀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오픈AI가 챗 GPT를 훈련하기 위해 트위터 데이터에 접근했다는 사실도 폭로하며 접근 경로를 전면 차단하기도 했다.

머스크의 측근은 WSJ과의 인터뷰에서 "머스크는 올해 초 알트만에게 AI 경쟁이 시작됐다는 메시지를 보냈다"며 "알트만은 그가 잘 될 것이라고 답했지만, 어떻게 AI에 대한 우려를 완화할지는 모르겠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말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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