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친중(親中) 노선을 유지하다 친미(親美)로 돌아선 필리핀과의 거리를 좁히고 있다. 10년 만에 필리핀 대통령을 백악관으로 초대한 데 이어 33년 만에 연합 전투기 훈련을 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1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 필리핀 대통령을 만나 중국과 필리핀의 분쟁 지역인 남중국해의 영유권 문제 등을 논의했다.
두 정상은 공동 성명에서 “남중국해에서 항해와 비행의 자유에 대한 변함없는 약속을 확인한다”며 “대만해협에서 평화와 안정 유지는 국제 안보와 번영의 핵심 요소”라고 강조했다.
두 정상은 또 양국 동맹 관계를 재확인하고 두 나라가 1951년 체결한 상호방위조약을 강화하기 위해 양국 방위지침을 채택했다. 육·해·공뿐 아니라 우주와 사이버 공간의 협력을 강화하고 진화하는 안보 환경에 공동 대응하기로 했다. 미국은 필리핀의 군사 역량을 키우기 위해 아일랜드급 초계함 두 척과 수송기(C-130H) 석 대 등을 필리핀에 지원하기로 했다.
올 2월 필리핀은 미국에 자국 군사기지 네 곳을 추가 사용하도록 허용했다. 양국은 3월 11일부터 지난달 28일까지 역대 최대 규모의 연합군사훈련을 했다. 대만 분쟁 발생 시 미군 방어기지로 사용할 수 있는 필리핀 바스코섬에서도 훈련을 병행했다. 이날부터는 1990년 이후 33년 만에 양국 간 연합 전투기훈련을 했다.
필리핀은 2016년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이 집권한 뒤 친중 행보를 보이다가 지난해 6월 마르코스 주니어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엔 다시 미국과 동맹을 강화하고 있다.
이를 두고 워싱턴포스트(WP)는 이날 바이든 대통령이 과거 상원의원 시절 비판하던 필리핀 ‘독재자 가문’ 후계자에게 ‘구애’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고 보도했다. 1980년대 상원의원이던 바이든 대통령은 마르코스 전 대통령을 비판하는 데 앞장섰다.
워싱턴=정인설 특파원 surisur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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