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에서 술에 취한 채로 운전하다가 스쿨존에서 초등학생을 치어 숨지게 한 30대 남성에게 검찰이 징역 20년을 구형했다.
2일 서울중앙지법 형사 24부(재판장 최경서)는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도주치사)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 씨(39)의 4차 공판 기일을 열었다.
앞서 A 씨는 지난해 12월 2일 서울 강남구 청담동의 한 초등학교 앞에서 방과 후 수업을 마치고 귀가하던 초등학교 3학년 학생을 차로 치어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당시 A 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0.128%로 면허취소(0.08%) 수준 이상으로 파악됐다.
검찰은 "피해자 유족이 엄벌을 탄원하고 있고 유사 사안에 대해 법원이 중형을 선고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해 징역 20년을 구형한다"고 말했다.
이날 검찰 구형에 앞서 피해 아동의 아버지 B 씨는 직접 엄벌을 호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B 씨는 "(제 가족은) 사고 이후 한 치 앞도 볼 수 없는 아득한 심연에서 막막한 심경"이라며 "지금이라도 당장 (숨진 아이가) '아빠'하고 외치며 들어올 것 같아 아이의 유품을 어느 하나 치우지 못하고 눈물을 흘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가해자가 법정에서 뺑소니 혐의를 부인하고 변명으로 일관하는 모습은 저희를 고통스럽게 하고 있다"며 "'배수로인 줄 알았다'는 변명이 저희를 두 번 죽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A 씨는 앞선 재판 과정에서 피해 아동을 친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고, 배수로를 넘어간 것으로 알았다며 '사고 후 도주' 사실을 부인하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이에 재판부는 최근 사고 현장인 초등학교 인근에서 배수로의 높이를 확인하는 현장 검증 과정을 거쳤다.
최후 진술에서 A 씨는 "정말 죄송하다"며 "제 목숨을 내놓아서라도 아이가 다시 부모님 곁으로 돌아갈 수 있다면 정말 그렇게 하고 싶다고 매일 생각한다"고 호소했다.
한편 A 씨에 대한 선고 기일은 오는 31일로 예정돼 있다.
김세린 한경닷컴 기자 celin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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