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분위기는 좀 달라졌다. 일단 경기 남부 주민을 포함해 경기도민의 ‘분도(分道)’ 찬성률이 대단히 높다. 낙후한 경기 북부를 발전시킬 계기가 될 것이라는 기대가 크다. 다른 시·도가 잇달아 특별자치권을 인정받는 것도 긍정적인 신호다.
김 지사는 경기도를 다른 도(道)처럼 경기남도와 경기북도로 나누자는 분도론에다 경기 북부 지역에 특별자치도를 설치하자는 내용을 선거 공약으로 제시해 당선됐다. ‘특별자치시·도’로 지정되면 재정 정책 등에서 재량권이 더 커진다.
경기 분도론은 35년 전인 1987년 여당인 민주정의당이 13대 대선 공약으로 제시하면서 등장했다. 각종 선거의 단골 공약이었지만, 정치적 합의가 이뤄지지 않아 매번 흐지부지됐다.
이번엔 분위기가 좀 다르다. 일단 경기도민 여론이 상당히 우호적이다. 김 지사는 “도민 여론조사 결과 찬성률이 87%로 높아졌고, 특히 남부 주민들의 찬성률이 83%에 달한다”고 전했다.
다른 시·도의 자치권이 강화되는 추세도 긍정적이다. 세종시와 제주도가 각각 특별자치시와 특별자치도로 운영되고 있고, 강원도와 전라북도를 특별자치도로 승격하는 방안도 지난해 국회를 통과했다.
이런 성장의 과실은 대기업이 집중된 수원 화성 용인 평택 등 ‘남부’에 집중된 게 사실이다. 고양 구리 남양주 동두천 양주 의정부 파주 포천 가평 연천 등을 북도로 묶는 안(인구 361만 명)이 논의 중인데, 이들 지자체의 평균 1인당 GRDP는 2492만원으로 남부의 4146만원에 크게 못 미친다. 북부의 상장사 본사는 두 곳에 불과하고 상급종합병원(0개), 대학 수(2개), 도로 보급률(1.37) 등 각종 지표는 전국 최하위 수준이다.
군사시설 규제를 받는 동시에 수도권이란 이유로 수도권 규제와 개발제한구역, 상수원보호구역 등 중복 규제를 받아 발전이 지체됐다는 게 경기 북부의 불만이다. 이정훈 경기연구원 선임연구원은 “낮은 땅값과 풍부한 노동력 등을 활용하면 발전할 여지가 많다”고 말했다.
경기 북부를 독립시켜 ‘어떤 지자체를 만들겠다’는 구체적인 비전이 약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소성규 대진대 공공인재대학 교수는 “제주특별자치도는 ‘국제자유도시’, 세종특별자치시는 ‘행정중심복합도시’를 내세웠다”며 “경기 북부는 무엇이 될 것이라는 비전이 뚜렷해야 설득력이 커진다”고 말했다.
김대훈 기자 daep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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