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진이 '표현의 정석'이라면, 임윤찬은 '해석의 귀재'다

입력 2023-05-02 18:13   수정 2023-05-03 00:34


“조성진과 임윤찬 중에 누가 더 잘 치나요?”

요즘 클래식 음악계에 있는 사람들과 만날 때마다 나오는 ‘단골 주제’다. 열 살 터울인 두 사람(조성진 1994년생, 임윤찬 2004년생)은 ‘티켓 파워’로 놓고 볼 때 우열을 가리기 힘든 대한민국 클래식 음악계의 쌍두마차다.

한국인 최초로 ‘쇼팽 국제 피아노 콩쿠르’ 1위를 차지한 조성진과 ‘밴클라이번 국제콩쿠르’에서 최연소 우승을 거머쥔 임윤찬은 웬만한 아이돌 못지않은 팬을 거느리고 있다. 그래서 아르떼 공연팀이 여러 연주자와 클래식 전문가, 애호가들에게 물었다. “조성진, 임윤찬 가운데 누가 ‘원톱’이냐”고.

“질문이 잘못됐다”는 답이 대부분이었다. 두 사람의 스타일이 워낙 다른 데다 사람마다 좋아하는 취향도 다르기 때문에 서열을 매길 수 없다는 것이다. 임윤찬과 조성진의 연주 스타일이 다르다는 데는 대다수 전문가가 동의한다. “조성진을 설명하는 수식어가 ‘정제미’ ‘서정성’ ‘세련미’라면 임윤찬의 키워드는 ‘개성’ ‘강렬’ ‘야성’”이란 식이다.

한 연주자는 “조성진이 모범답안처럼 치는 ‘전교 1등’이라면 임윤찬은 자기식으로 곡을 재해석하는 ‘천재’에 가까운 스타일”이라고 평가했다.
“건반 위의 시인” 조성진
스타일이 확연히 다르기에 각자 어울리는 ‘찰떡 레퍼토리’도 다르다. 조성진은 드뷔시, 라벨과 같은 프랑스 작곡가 레퍼토리를 멋지게 소화한다는 평가다. 황진규 음악평론가는 “조성진이 치는 드뷔시는 세계 최정상급”이라며 “조성진은 감정이 지나칠 경우 매력이 반감되는 작품에서 특히 돋보인다”고 했다. 허명현 음악평론가도 “조성진은 음악을 깔끔하게 끌고나가는 힘이 대단하다”며 “다른 수식어 없이 조성진 이름 석 자만으로 믿을 수 있는 연주자 반열에 올랐다”고 말했다.

같은 음악인들도 조성진을 높게 평가한다. 이 시대 최고 지휘자 중 한 명인 사이먼 래틀은 그를 “건반 위의 시인”이라고 했다. ‘까칠한 완벽주의자’로 불리는 폴란드 피아니스트 크리스티안 지메르만도 “조성진은 정말 좋은 피아니스트”라고 추켜세웠다고.

조성진은 평소에도 과장되거나 뜬구름 잡는 표현을 하지 않는다. 음악에 있어서도 솔직 담백하게 접근한다. 그는 과거 한 언론 인터뷰에서 ‘연주자로서의 개성’에 대한 질문에 “가장 나다운 연주가 개성 있는 연주다. 개성이라는 건 괴짜 같거나 특이한 게 아니다”는 취지로 말했다.

독창적인 임윤찬…신들린 연주로 매료
반면 임윤찬이 강한 레퍼토리는 낭만주의 작품들이다. 정서적인 부분이 강조되는 작품에서 더 힘을 발휘한다는 얘기다. 밴클라이번 콩쿠르 결선에서 선보인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3번이 그랬다. 임윤찬은 열정적인 감정과 화려한 요소가 어우러진 이 곡과 혼연일체되는 모습을 보였다. 그의 연주에 감격해 당시 지휘자였던 말린 울솝이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황 평론가는 임윤찬을 첼리스트 자클린 뒤 프레에 비유했다. 그는 “많은 젊은 첼리스트가 그의 연주를 따라 하려다 형편없는 평가를 받았다”며 “임윤찬 역시 누가 따라 하기 힘든 스타일”이라고 말했다. 허 평론가는 임윤찬의 연주에서 가장 돋보이는 대목으로 ‘음악에 대한 도전’을 꼽았다. 그는 “임윤찬은 지금껏 못 봤던 해석과 연주 방식으로 곡을 설득력 있게 표현하는 연주자”라고 평가했다.
“이들과 같이 산다는 건 행운”
두 사람은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가 주목하는 피아니스트다. 조성진은 작년 2월 빈필하모닉과 함께 뉴욕 카네기홀 무대에 섰다. 올 11월에는 베를린필과 협연한다. 세계 3대 오케스트라 중 두 곳과 손을 맞추는 것이다.

갓 성인이 된 임윤찬은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 그래서 더 매력적이다. 임윤찬은 올해 뉴욕필하모닉, 내년에 보스턴 심포니 등과의 협연을 앞두고 있다. 세상에 이름을 알린 지 1년 만에 세계적인 오케스트라들이 자리를 내준 것이다.

송제용 마포문화재단 대표는 “해외에선 콩쿠르 성적보다 ‘어떤 오케스트라와 연주하느냐’ ‘관객 평가가 어떠하냐’를 더 중요하게 여긴다”며 “이런 점에서 세계 최고 수준으로 꼽히는 조성진, 임윤찬과 동시대를 산다는 건 행운”이라고 말했다.

최다은/김수현 기자 max@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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