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금융시장을 움직이는 ‘큰손’들은 퍼스트리퍼블릭은행(FRC) 사태가 일단락됐지만 아직은 안도할 상황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정부가 최선책을 택하지 않은 상황에서 은행권 위기가 계속 이어질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은행 위기는 현재진행형”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1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베벌리힐튼호텔에서 열린 ‘밀컨 글로벌 콘퍼런스 2023’에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금융규제를 강화한 덕분에 은행 문제에 빠르게 대처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다만 “불필요한 규제 완화에 따른 대가를 치르고 있다”며 “이번 은행 위기 이후 새로운 규제가 예상된다”고 내다봤다.세계 최대 채권운용사 핌코 최고경영자(CEO)를 지낸 무함마드 엘에리언 알리안츠 경제고문은 “JP모간의 퍼스트리퍼블릭은행 인수는 ‘차선의 저주’”라고 지적했다. 미국 금융당국이 직접 나서지 않고 민간 은행에 차선책을 강요했다는 비판이다. 그는 “향후 이에 따른 부수적인 피해가 이어질 것”이란 관측도 내놨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에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을 맡았던 게리 콘 골드만삭스 최고운영책임자(COO)는 CNBC와의 인터뷰에서 “위기는 이렇게 쉽게 끝나지 않는다”며 “은행권에서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크리슈나 구하 에버코어ISI 전략책임자도 “급한 불은 껐지만 만성적 위기의 초기 단계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은행규제 강화로 부동산 냉각
밀컨 글로벌 콘퍼런스 참석자들은 은행시스템 위기 이후 은행 규제가 강화되고, 이는 신용경색으로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제인 프레이저 씨티그룹 CEO는 “미국 금융시스템이 완벽하지 않은 만큼 앞으로 제대로 회복하는지 지켜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진단했다. 1조2000억달러 규모의 자산을 운용하는 PGIM의 데이비드 헌트 CEO는 “은행시스템 특히 지역 은행에 대한 실질적인 규제가 강화될 것”이라며 “경제 주체로 흘러들어가는 신용 공급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예상했다.가장 큰 영향을 받을 분야는 부동산 시장으로 진단했다. 리시 카푸어 인베스트코프 CEO는 “은행 부문에 대한 2차, 3차 영향은 부동산에 대한 대출 제한으로 이어질 것”이라며 “특히 상업용 부동산 시장에 집중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마이클 뷰캐넌 웨스턴애셋매니지먼트 차석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지역은행과 상업은행이 부동산 대출에 얼마큼 노출됐는지 불확실하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신용경색 우려도 커졌다. 헤지펀드 브리지워터어소시에이츠의 캐런 카르니올탬버 공동CIO는 “인플레이션은 원하는 수준까지 내려오지 않고 신용경색이 더욱 심각해질 것”이라며 “특히 중소기업에 더욱 어려운 상황이 이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로스앤젤레스=서기열 특파원/뉴욕=정소람 특파원 phil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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