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시장이 조정받고 있지만 일부 업종은 외국인 큰손들의 매수세가 몰리고 있다. 경기 침체 상황에도 고성장하는 방위산업과 의료기기가 대표적이다. 실적 개선이 예상되는 반도체 소부장(소재·부품·장비)과 저평가 매력이 돋보이는 대기업 지주사도 러브콜을 받고 있다.
외국인 지분 확대한 종목은
최근 한달(4월4일~5월3일) 금융감독원 ‘5% 지분 공시’를 조사한 결과 주요 외국계 기관들이 10여 개 종목의 지분을 늘리거나 신규 매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외국인을 포함한 모든 투자자는 한 종목의 지분이 5%를 넘으면 거래 내역을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해야 한다. 큰손들의 매매에는 공통적인 특징이 나타난다. 원화 약세 수혜를 받으면서 실적까지 성장하는 기업에 주목하고 있다. 경기 침체, 원화 약세 등으로 한국 증시의 불확실성이 커지자 안정성과 성장을 동시에 노릴 수 있는 기업에 베팅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모건스탠리는 현대로템 지분 6.72%를 신규로 매수하며 주요 주주에 올랐다. 피델리티매니지먼트는 한국항공우주 지분을 5.71%까지 늘렸다. 방산주는 과거 내수 위주로 사업을 했으나 작년부터 폴란드·호주 등에서 수출 ‘잭팟’을 터뜨리며 수출 기업으로 변신하고 있다.
한 자산운용사 매니저는 “동남아시아 등 제3세계에 한정됐던 수출처가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 등 선진국으로 다변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반도체 소부장·의료기기 인기
대표 수출 업종으로 떠오른 의료기기도 투자를 확대했다. 템플턴인베스트먼트는 혈당측정기 전문업체 아이센스 지분을 6.27%까 늘렸다. 피델리티 버뮤다 법인인 에프아이엘은 영상기기업체 뷰웍스와 체성분 분석기 업체 인바디 지분을 각각 5.18%, 6.68%까지 확대했다.
업황 개선이 점쳐지는 반도체 소부장도 선택을 받았다. 블랙록은 국내 1위 반도체용 과산화수소 업체 한솔케미칼 지분을 기존 5.05%에서 6.09%로 확대했다. 피델리티는 반도체 공정용 화학재료를 만드는 솔브레인 지분을 6.56%에서 8.12%로 늘렸다.
두 기업은 반도체에서 나오는 현금을 바탕으로 2차전지 소재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한솔케미칼은 2차전지용 바인더를 삼성SDI와 SK온에 공급하고 있다. 올해 관련 매출이 620억원으로 전년 대비 55%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솔브레인은 2차전지용 전해액을 만든다.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이 저렴한 대기업 지주사에도 투자금이 들어왔다. 노르웨이 국부펀드를 운용하는 노르웨이중앙은행은 SK스퀘어 지분 5.01%를 새로 사들였다. SK스퀘어는 SK하이닉스, 티맵모빌리티, 11번가 등을 거느린 SK그룹 중간지주사다.
영국계 투자회사인 실체스터는 LG 지분 5.02%를 새로 매수했다. 5년 전부터 LG 주식을 매집해 실체스터는 지난달 초 4만7000주를 추가 매수하면서 지분 공시 의무가 생겼다.
박의명 기자 uimy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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