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미선 하나투어 사장(47)이 지난해 7월 ‘하나팩 2.0’이라는 상품을 내놨을 때 여행업계에선 “1등 하나투어를 끌어내릴 절호의 기회가 왔다”는 말이 공공연하게 돌았다.
그가 패키지 상품이라면 빼놓지 말아야 한다고 여겨지던 쇼핑 옵션을 없앤 신개념 상품을 밀어붙이자 업계 몇몇 전문가는 “30년 역사의 하나투어가 굴러들어온 돌 때문에 망해간다”라고까지 혹평했다.
보스턴컨설팅그룹 컨설턴트 출신의 40대 여성 기업인은 이를 악물었다. 결과는 올 1분기 흑자 전환으로 돌아왔다. 코로나19 창궐 직전인 2019년 3분기 적자로 돌아선 이후 14분기 만이다. 하나팩 2.0을 전체 매출의 60%를 차지할 정도로 중점적으로 판매하면서 BSP(항공여객 판매대금 정산제도) 기준 25년 연속 1위를 수성했다는 점이 업계의 이목을 끈다.
노랑풍선, 인터파크, 모두투어, 참좋은여행 등 경쟁사들이 물량 공세로 하나투어를 맹추격한 점을 감안하면 ‘깜짝 실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일본 여행이 재개된 지난해 10월 무렵부터 경쟁사들은 TV홈쇼핑을 통한 저가 패키지 판매에 열을 올렸다.
여행업계 관계자는 “올 1분기만 해도 홈쇼핑에서 1주일에 평균 27회가량 여행 상품이 등장했을 정도”라며 “하나투어를 제외한 대부분의 여행사가 저가 패키지 상품 판매에 매달렸다”고 말했다.
하나투어 관계자는 “저가 패키지를 팔아 발생한 손실을 쇼핑으로 보전하던 현지 랜드사와 가이드에게 기존 관행을 멈추라고 말하기는 쉽지 않다”며 “하나투어는 정상 가격으로 판매해도 이익을 낼 수 있다는 점을 적극적으로 설득했고, 위반 사항에 대해선 ‘삼진 아웃제’를 적용하는 등 당근과 채찍을 적절히 활용했다”고 말했다.
약 300명의 상품 개발자는 쇼핑을 없애면서 발생한 ‘관광 공백’을 메우는 데에도 공을 들였다. 이 상품이 성공하자 업계에선 ‘만들어진 여행상품’을 중개만 하는 야놀자, 여기어때 등 여행 플랫폼은 ‘여행 큐레이션’ 역량에서 하나투어를 따라잡기 힘들다는 평가에 힘이 실리고 있다.
다만 경기 둔화가 가속화하고, 여행 트렌드도 패키지에서 개별여행 쪽으로 무게중심이 옮겨져 하나투어가 안심하긴 이르다는 지적도 있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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