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부장(소재·부품·장비) 스타트업 나노젯코리아는 산업용 디스펜서(액체 분사장치)를 만든다. 한태섭 나노젯코리아 대표(사진 오른쪽)는 해당 시장을 ‘다윗과 골리앗’에 빗댄다. 일본의 ‘무사시’, 미국의 ‘아심텍’은 오랜 기간 맹주 역할을 했다. 양사의 세계시장 점유율은 80% 이상으로 추정된다. “처음엔 한국 업체가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어 보였다”는 그는 공동 창업자인 조휘원 공동대표(가운데), 노광선 연구소장(왼쪽)과 함께 2019년 회사를 차리고 4년을 버텼다. 이제 이들 장비가 만든 부품은 테슬라와 현대자동차, 삼성전자와 애플의 휴대폰에 들어간다. 나노젯코리아 공동창업자 3인방은 “올해 연간 매출 200억원을 달성할 전망”이라며 “토종 제품으로도 글로벌 대기업과 경쟁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디스펜서는 액체를 정해진 양만큼 뿌려주는 장치다. 산업계에선 휴대폰 외장재나 카메라 부품들을 붙일 때 접착제를 뿌리는 용도로 쓰거나, 반도체가 올려진 기판 위에 특수 용액을 뿌리고 말려 전자회로를 보호하는 용도로 사용된다. 자동차 헤드램프 부품에 뿌려 빛 세기를 조절할 때 쓰기도 한다. 쓰임새마다 필요한 액체는 다르지만 공통으로 요구되는 것은 정밀한 도포 기술이다.
외국계 대기업은 업력부터 다르다. 1983년 설립된 미국의 아심텍은 나스닥 상장사 노드슨의 자회사로, 북미와 유럽 등지에서 힘을 키웠다. 일본의 무사시는 아시아권의 강자다. 1978년 설립돼 중국과 동남아 등지에 9개 거점을 두고 있다. 창업 직전까지 아심텍에서 일했던 조 대표는 “회사 규모가 클수록 개별 국가 고객사의 요청에 장비 기능을 개선하는 데 보수적이었다”고 말했다. 빈틈을 포착한 그의 창업 제안에 한 대표와 노 연구소장이 적극 응했다. 셋은 과거 반도체 후공정 업체에서 15년간 함께 일했다.
원료 배합 기술과 미세 컨트롤러는 납품처 확보의 돌파구가 됐다. 노 연구소장은 “레미콘이 시멘트를 회전시키는 것처럼, 디스펜서 내부 액체를 회전시켜 원료를 잘 배합하는 자체 특허 기술이 있다”고 설명했다. 도포 장치 인근에 정밀함을 더하는 미세 컨트롤러 장치 기술도 특허를 냈다. 전체 공장에 일본의 무사시 제품을 뜯어내고 이들 장비를 들이는 대기업도 생겨났다. 지난해 매출은 60억원을 기록했다. 최근 주목하는 전략은 납품처 다각화다. 자동차 전장(전자장비)과 2차전지 분야 영업에 주력하고 있다. 한 대표는 “연내 60억원의 투자를 추가 유치하고, 하반기 주관사 선정을 거쳐 2025년 9월 기업공개(IPO)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시은 기자 s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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