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3일 “아시아 국가 간 협력 공급망을 구축하는 데 적극 참여하겠다”고 밝혔다. 반도체, 2차전지, 바이오 등 신산업 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생산 기술과 제조 역량을 보유한 한국이 아시아 각국의 핵심 파트너가 되겠다는 것이다.
윤 대통령은 이날 인천 송도에서 열린 아시아개발은행(ADB) 연차총회 공식 개회식에서 “역내 회원국들의 공동 번영을 위해 한국 경제의 성장 경험을 공유하고, 기후변화와 디지털 격차 분야에서 적극적인 기여 외교를 수행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윤 대통령은 “코로나 팬데믹 이후 세계 경제는 큰 어려움을 겪고 있고, 지정학적 갈등과 보호주의 확산 등으로 글로벌 공급망 분절이 새로운 도전 요인이 되고 있다”며 “ADB 회원국이 연대와 협력의 새로운 모델을 만들어 가기를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총회는 ADB 수원국(원조받는 국가)에서 공여국으로 전환한 한국에서 열리는 세 번째 ADB 연차총회다. 윤 대통령도 과거 한국이 ADB의 지원을 받던 시절과 관련해 인천과 서울을 연결하는 경인고속도로가 1968년 ADB 지원을 받아 완성된 사실을 언급하기도 했다.
이날 개회식에는 윤 대통령과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아사카와 마사쓰구 ADB 총재, 스즈키 슌이치 일본 재무상 등이 참석했다.
추 부총리는 개회사에서 위기 극복을 위해 아시아 국가 간 긴밀한 공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추 부총리는 “어떤 강대국이나 유능한 집단도 혼자만의 힘으로 거대한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며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보건 연대, 기후 협력 등 분야에서 다층적인 협력 구조를 공고히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추 부총리는 아사카와 총재와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내년 서울에 ADB의 기후 분야 싱크탱크인 ‘한국 기후기술허브(K-Hub)’를 설립하기로 했다. 1966년 ADB 출범 이후 한국에 들어서는 최초의 ADB 사무소다. 한국 정부와 ADB가 공동으로 설립하는 K-Hub는 아시아는 물론 세계 공공·민간 기후 전문가를 연결하는 네트워크 거점을 맡는다. ADB의 기후 분야 사업을 설계하고, 아시아 국가의 기후 변화 대응을 지원한다. 기후 분야 싱크탱크로서 관련 정책과 지식을 공유하고 전파해 국제 사회에서 기후 논의를 주도하는 역할도 담당한다.
추 부총리는 또 2006년 설치한 한국의 단독 신탁기금인 이아시아(e-Asia) 지식협력기금에 2028년까지 6년간 1억달러를 추가 출연하기로 했다. 한국은 이번 ADB 연차총회를 계기로 ADB벤처 등 ADB의 다자기금에 참여하기로 했다. 아사카와 총재는 “한국은 ADB 창립 회원국으로서 수원국에서 공여국으로 지위를 바꾸는 놀라운 변신을 했다”며 “다른 나라들도 한국과 같은 변화를 겪을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도병욱/박상용 기자 dodo@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