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내년 하반기까지 중국 공장에 반도체 장비를 반입할 수 있게 됐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미국 정부가 올 10월 만료되는 장비 반입 기간을 최소 1년 더 연장할 수 있도록 한 것으로 알려졌다.
FT는 3일 “미국이 중국과의 전쟁에서 한국 반도체 칩 제조업체에 대한 지원 신호를 보냈다”는 제목으로 이 같은 내용을 보도했다. FT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반도체 제조 장비를 들여보낼 수 있도록 비공식적인 메시지를 보냈다.
삼성전자는 중국 시안에서 낸드플래시공장을, 쑤저우에서 반도체 후공정(패키지)공장을 운영 중이다. SK하이닉스는 중국 우시에서 D램 메모리 반도체 생산 시설을 갖추고 있다. 다롄에 있는 인텔의 낸드 공장을 인수해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미국은 지난해 10월부터 중국에 첨단 반도체 장비 반입을 금지했는데,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는 1년 유예 조치를 받았다. 한국 정부는 이후 계속해서 해당 조치를 연장해 달라고 요청해왔다.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지난달 윤석열 대통령의 방미 기간 지나 러몬도 미 상무부 장관과 만나 중국 내 반도체 장비 반입과 관련해 미국 측이 ‘보다 근본적인 조치’를 취할 것을 요구했다. 양국 장관은 이 자리에서 기업 투자 불확실성과 경영 부담을 최소화하기로 합의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아직 확정된 건 없지만 분위기가 나쁘지 않다”고 전했다.
한국은 최근 중국을 중심으로 한 반도체 수출 감소로 어려움을 겪어왔다. 지난달 전체 반도체 수출액은 63억8000만달러로, 지난해 4월 108억2000만달러보다 약 41% 급감했다. 4월 대중국 수출은 95억2000만달러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26.5% 감소했다. 한국의 중국 수출액 가운데 반도체 비중은 2021년 30.8%에서 올해 1분기 27.1%로 떨어졌다.
중국에 반입된 장비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중국 반도체 라인에서 노후화된 설비를 수리하거나 교체하는 데 쓰일 것으로 예상된다. 극자외선(EUV) 노광장비와 같은 첨단 장비는 여전히 중국에 들여보낼 수 없다. 중국 안에서 반도체 미세공정을 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서다.
FT는 미국 정부의 이번 결정을 두고 “중국의 첨단 반도체 확보를 늦추면서 동맹국의 경제적인 이익을 해치지 않기 위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미국 정부가 한국 기업의 중국 내 반도체 생산으로 중국 기업에 대한 견제 효과를 노린다는 분석도 나온다. 중국이 최근 마이크론테크놀로지 등 미 반도체 기업 규제를 통해 YMTC와 같은 중국 반도체 기업의 시장점유율을 키우려 해서다. FT는 “(미국 정부는) 한국 기업이 중국 경쟁사보다 기술 우위를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판단했다”고 전했다.
다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미 마이크론과의 관계에서 명확한 입장을 취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미국 정부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중국 기업을 견제하길 바라면서도 미국 기업의 입지를 위협하지 말도록 압박을 가하고 있다. 미국 정부는 지난달 중국이 마이크론의 대중국 수출을 금지할 경우 한국 반도체 기업이 대체 공급자가 되지 않도록 해달라고 한국 정부에 요청했다.
박신영/박한신 기자 nyus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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