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걸 여기서 볼 줄이야"…정용진 '파격 실험' 통했다 [송영찬의 신통유통]

입력 2023-05-03 16:26   수정 2023-05-03 16:39

“평생 한 번 드실까 말까 한 가마살 해체를 시작하겠습니다.”

3일 오후 2시 인천 동춘동 이마트 연수점 수산코너에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참치 해체쇼가 시작돼서다. 매장 입구 쪽 벽면의 스마트팜에서는 로메인·버터헤드 등이 자라고 있다. 갓 해체된 참치 뱃살, 갓 수확한 로메인이 그 자리에서 판매된다.

연수점의 매장 구조는 기존 매장과는 확 달랐다. 매장 입구를 들어서면 우측에 한쪽 벽면을 가득 채운 주류 코너가 바로 보인다. 내부로 좀 더 들어서면 육류 코너가 길게 늘어서 있다. 이곳엔 숙성 전용 쇼케이스에서 등심과 토마호크 등이 직접 숙성되고 있고, 그 옆엔 로봇 팔이 직접 치킨을 튀기고 있었다.
이마트 연수점 매출 한달새 18%
볼거리를 앞세운 ‘미래형 점포’로 대대적인 리뉴얼을 거친 이마트 연수점의 첫 한 달 성적표가 3일 공개됐다. 이마트에 따르면 지난 3월30일 재개점 후 지난달 말까지 연수점의 매출은 전년동기 대비 18% 늘었다. 재개점 이후 ‘실내 스마트팜’, ‘축산 숙성 전용 쇼케이스’, ‘참치 해체쇼’ 등 볼거리를 확충한 그로서리(식료품) 코너를 바탕으로 방문 소비자 수가 23% 늘어난 게 매출 신장을 이끌었다.

식료품 매출은 △델리 48% △수산 23% △채소 20% △가공식품 13% 등 대부분의 영역에서 크게 늘었다. 온라인에서는 살 수 없는 주류를 사기 위해 오는 방문객들을 사로잡기 위해 주류 코너는 두 배 이상 늘렸다. 2개 뿐이던 매대를 5개로 늘린 위스키 매출은 120% 늘었고 진열 병수를 1200병으로 두 배 늘린 와인 판매량은 50% 늘어났다.


미래형 점포는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이 추진하는 핵심 사업이기도 하다. 이날 이마트 연수점을 찾아 매장을 둘러본 정 부회장은 “오프라인의 미래는 고객에 대한 광적인 집중과 연구를 통한 공간 혁신에 있다”며 “고객 경험의 폭을 지속적으로 확장하는 변화와 혁신으로 고객이 이마트를 찾는 이유를 끊임없이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리뉴얼은 큰 실험”이라며 “매출이 많이 줄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리뉴얼 개장 후 추이를 보니 줄지 않았고 우리 예상이 적중했다”고 덧붙였다.
올해 점포 리뉴얼에만 850억원 투자
이마트가 대대적으로 매장 대개조에 나선 배경엔 온라인 중심의 유통 업계 지각변동이 있었다. 쿠팡 컬리 등 e커머스 플랫폼이 몸집을 키워가며 기존 대형마트의 지위를 위협했고, 코로나19 팬데믹은 온라인 쏠림 현상을 더욱 부추겼다.

이마트는 이에 대응하기 위해 체험형 요소들을 매장에 접목했다. 기존엔 주로 백화점과 대형 쇼핑몰이 도입하던 방식이다. 이마트는 연수점의 전체면적 1만8512㎡ 중 약 70%를 차지하던 매장 면적을 절반 이상 축소했다. 대신 매장 입구와 2층을 전국 각지의 맛집과 패션 브랜드 등 총 82개의 독립 임대매장이 있는 ‘더 타운몰’로 꾸몄다. 1층엔 프로야구 SSG랜더스 선수들의 락커룸을 재현한 ‘랜더스 광장’, 2층엔 국내 최초의 트램폴린 테마파크 ‘바운스 칠드런스파크’ 등도 만들었다. 기존에 30% 정도를 차지하던 임대매장 구성비는 70%로 늘어나며 직영 매장(이마트)과의 구성비가 완전히 역전됐다.


공급자 중심의 매장을 소비자 중심의 체험형 매장으로 바꾸자 매출도 올랐다. 이마트는 지난 2020년 9개점, 2021년 19개점, 지난해 8개점을 대대적으로 리뉴얼했다. 리뉴얼이 시작된 후 이마트 점포 매출은 10개 분기 연속 늘었다. 지난해 4분기 매출 신장율은 7.8%에 달한다.

이마트에 따르면 오는 7월 이마트타운 킨텍스점도 대대적인 리뉴얼을 마치고 재개장한다. 연수점과 킨텍스점을 포함해 이마트가 올해 점포 리뉴얼에 투자한 금액은 850억원에 달한다. 정 부회장은 “연수점처럼 오프라인 매장 중에서 압도적인 지위를 유지하기 위한 리뉴얼은 꼭 필요한 투자”라며 “‘제이릴라’ 등 그룹이 보유한 역량을 활용한 댜앙한 체험형 콘텐츠를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인천=송영찬 기자 0ful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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