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재부는 토요일인 오는 12일 충남 천안 관세인재개발원에서 부처 체육대회를 연다. 체육대회는 부총리와 각 실·국 간부뿐 아니라 모든 소속 공무원과 가족들까지 참석해 결속력을 다지는 기재부의 중요한 연례행사 중 하나다. 코로나19가 한창이던 2020년과 2021년엔 중단됐다가 작년 10월에 다시 시작됐다. 다른 부처에서도 체육대회가 열리긴 하지만 기재부의 체육대회는 유독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통상 기재부 체육대회는 직원 수 기준으로 가장 규모가 큰 세제실과 예산실이 각각 한 팀을 이룬다. 경제정책국, 국제금융국, 대외경제국, 공공정책국 등 실보다 작은 국 단위는 두셋씩 짝을 지어 진행된다. 축구나 배구, 피구 등 종목도 다양하다. 여성 공무원들을 위해 몇 년 전부터 훌라후프 던지기 종목도 추가됐다.
친목을 도모하기 위한 체육대회지만 각 실·국 간 경쟁도 치열하다. 한 기재부 간부는 “축구에서 특정 실에 패배하면 한동안 해당 실장이 확대간부회의에서 고개를 들지 못할 정도”라고 털어놨다. 축구뿐 아니라 다른 종목도 마찬가지다. 한 과장급 간부는 “체육대회 종목에서 우승하면 체력도 좋아야 일도 잘한다고 윗선에서 칭찬한다”며 “반면 체육대회에서 지면 일도 못 하는 것들이 체력도 없다는 얘기까지 들어야 한다”고 털어놨다.
체육대회에서 실·국 간 경쟁이 지나치게 치열하다는 지적에 따라 몇 년 전부터 체육대회 종목을 구기 위주에서 OX 퀴즈, 레크레이션 등 다양한 종목으로 바꿨다. 대회에서 수여했던 응원상도 없앴다. 가족과 함께하는 친목대회를 내세우면서 작년 10월에 열린 체육대회에선 소속 공무원들과 함께 온 어린 자녀들을 위한 놀이기구 및 다양한 먹거리 등을 마련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체육대회를 바라보는 기재부 공무원들의 시각은 다양하다. 국·과장급 공무원들은 조직 결속과 단합을 위해 체육대회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다. 반면 20~30대 젊은 공무원들은 가뜩이나 업무로 야근을 밥 먹듯이 하는 상황에서 체육대회까지 준비하는 것에 대한 불만이 적지 않다. 가족이나 연인과 함께 유일하게 쉴 수 있는 토요일까지 사실상 직장 사람들과 어울려야 한다는 것도 고역이다.
강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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