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금융위 뭐 했나"…200억 혈세 쓰고도 주가조작 낌새 못 챘다

입력 2023-05-07 07:00   수정 2023-05-23 11:04



소시에테제네랄(SG)증권발 주가 폭락 사태의 파장이 확산되면서 금융당국 책임론도 불거지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불공정거래 시스템 구축에 막대한 세금을 투자하고도 이번 사태를 사전에 전혀 감지하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금융위가 최근 5년간 자금세탁과 불공정거래 감지, 소비자 보호 등 목적으로 추진해 온 예산 사업은 총 18건으로 집계됐다. 이에 들어간 예산은 총 205억원가량으로 파악됐다.

금융위는 자금세탁 위험평가시스템 구축 및 운영을 위해 2018년부터 2021년까지 4건의 사업에 총 165억8700만원을 집행했다. 금융회사의 불법 금융거래를 식별하고 평가하기 위한 목적이다.

금융위는 불공정거래와 금융상품 소비자 보호 관련 사업에도 40억원을 투자했다. 2019년부터 2023년까지 총 12건의 사업에 총 37억5200만원을 사용했다. 금융 소비자 보호 연구를 위해서도 2018년부터 2022년까지 총 1억4600만원을 썼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이런 사업의 적절성 여부를 점검해야 한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대표는 “금융위는 주가조작에 따른 피해를 예방하기 위한 대응 및 시장 모니터링 강화에 막대한 예산을 썼지만 주가조작 사건으로 인한 피해는 반복되고 있다”며 “금융당국의 ‘늑장 대응’ 여부도 짚고 넘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 증권가에선 지난해부터 주가조작 대상 8개 종목 중 일부에 대해 작전 세력의 개입을 의심하는 의혹들이 제기됐다. 금융위는 지난 달 주가조작 관련 제보를 받고 사건을 인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주현 금융위원장도 지난달 27일 기자들과 만나 “SG증권발 주가 폭락 사태와 관련해 전해들은 것은 아주 최근”이라고 털어놨다.

내부 공조가 부실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통상 금융위는 중대한 사안의 경우 금감원과 공동 조사를 벌인 뒤 패스트트랙(신속 수사전환)으로 사건을 검찰에 넘긴다. 그러나 금융위는 사태가 터지고 나서야 조사 전문 기관인 금감원에 공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익명을 요구한 금감원 관계자는 “27일까지 금융위로부터 업무 협조 요청이 없었다”고 전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이런 비판에 대해 “1차적으로 한국거래소에서 종목 주가 차트 등을 보고 통정거래와 이상거래 등이 확인되면 금융위에 정보를 보내준다”며 “이번 사건은 제보를 받은 후 곧장 수사에 들어갔다”고 해명했다.

문형민 기자 mhm94@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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