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청년층의 신용대출 잔액이 지난해 시중은행에선 40% 가까이 줄어들었지만 인터넷전문은행에서는 2.5배 넘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암호화폐와 주식 등 ‘빚투’(빚내서 투자)에 나선 청년층이 비대면으로 손쉽게 대출받을 수 있는 인터넷은행에 몰린 결과로 풀이된다. 신용대출 연체율이 치솟으면서 인터넷은행의 건전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반면 국민 신한 하나 우리 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20대 차주 신용대출 잔액은 같은 기간 7조8315억원에서 4조9935억원으로 36.2%(2조8380억원) 감소했다.
전 세대에서 20대 신용대출 차주가 유일하게 증가했다. 인터넷은행 3사의 29세 이하 신용대출 차주 수는 2021년 11만4000명에서 작년 30만5000명으로 167.5%(19만1000명) 급증한 것으로 집계됐다. 5대 시중은행에서의 20대 신용대출 차주가 같은 기간 40만2000명에서 28만3000명으로 29.6%(11만9000명) 줄어든 것과 대비된다.
인터넷은행 3사의 20대 신용대출 차주 증가폭이 5대 은행의 감소폭을 웃돌면서 전체 여덟 개 은행의 작년 말 29세 이하 신용대출 차주 수는 58만8000명으로 전년(51만5000명)보다 14.2%(7만3000명) 늘었다. 반면 같은 기간 30대(-7.6%) 40대(-2.4%) 50대(-3.0%) 신용대출 차주 수는 감소했다.
20대 청년층 신용대출을 늘린 결과 인터넷은행의 연체율도 고개를 들고 있다. 카카오뱅크의 연체율은 2021년 말 0.22%에서 작년 말 0.49%로 두 배로 뛰었다. 2021년 설립 인가를 받은 토스뱅크도 같은 기간 0%에서 0.72%로 뛰었다. 케이뱅크의 연체율은 0.41%에서 0.85%로 높아졌다. 국내 전체 은행권 대출 연체율은 지난 2월 말 기준 0.36%로 인터넷은행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
인터넷은행들은 연체율 상승에 따른 부실에 대비해 충당금을 충분히 쌓았고, 현재 연체율도 관리가 가능한 수준인 만큼 건전성 훼손 우려는 과도하다고 해명했다. 소득뿐만 아니라 통신비 내역과 같은 ‘대안정보’를 신용평가 모델에 활용해 상환 능력을 엄밀하게 평가하므로 대규모 부실이 발생할 가능성이 작다고 했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 후 3년간 만기 연장과 원리금 상환 유예로 막아왔던 자영업자·중소기업 대출 연체율이 상승하는 상황에서 20대 신용대출 연체율까지 치솟으면 금융권의 부담이 한층 가중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정의진 기자 justjin@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