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국민의힘 3·8 전당대회는 그야말로 ‘역대급’ 규모로 치러젔다. 투표권에 있는 책임 당원만 2년 새 2.5배 늘어난 84만명. 투표율(55.1%)까지 역대 최고치를 찍으며 당대표·최고위원 후보들은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이들의 고군분투는 전당대회에서 쓴 지출 내역에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조직력을 갖춘 김기현 대표는 후보 출정식에 4500만원을 썼고, 안철수 의원은 문자 홍보비로만 1억8000만원을 지출했다. 청년 정치인 천하람 전남순첩간 당협위원장은 택시만 70여차례 타며 ‘몸으로 뛰는 선거’를 보였다. 한국경제신문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입수한 ‘전당대회 정치자금 신고내역’을 분석한 결과다.
후보 별로는 김기현 대표가 5억6000만원으로 가장 많았고, 안철수(4억5000만원) 황교안(1억4000만원) 천하람(1억1000만원) 후보 순이었다. 지출액을 득표수로 나눈 1표당 지출액은 안 의원이 4213원으로 득표 수에 비해 쓴 돈이 많았다. 천 의원은 1715원으로 가장 적은 돈을 써서 득표를 얻었다.
김 대표는 사무실 임대·관리 등에 가장 많은 비용(2억201만원)을 지출했다. 캠프 규모가 다른 후보에 비해 컸던 김 대표는 전당대회 기간 동안 사무실 2개 층을 임대해서 썼다. 현수막 명함 임명장 제작 등 대면 홍보비에는 1억317만원을 썼다. 이중 흔히 조직 관리에 쓰이는 임명장 제작에 3377만원이 쓰였다. 김 대표는 다른 후보와 달리 4500만원을 들여 두 차례 후보 출정식을 열어 눈길을 끌었다.
안 의원은 권리당원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내는 데만 1억8075만원을 썼다. 네 후보 중 가장 많은 규모다. 김 대표(5800만원)와 황교안 전 대표(1억800만원)도 문자 홍보비에 적지 않은 돈을 지출했다. 한 캠프에 몸 담았던 국민의힘 관계자는 “문자 1건을 보내는데 40원 정도여서 84만 당원에게 한번 보내는 데 3000만원이 넘게 든다”고 했다.
안 의원은 4200만원을 들여 캠프 자체에서 여론조사를 네차례 하기도 했다. 지출내역에 여론조사 내역이 담긴 건 안 의원이 유일하다. 전당대회 중반까지 김 대표와 ‘양강 구도’를 이뤘던 만큼 지지율 추이를 의식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천 위원장은 문자홍보(813만원)와 대면홍보(633만원) 지출 비용이 모두 1000만원을 넘지 않았다. 대신 택시를 75차례 타는 등 교통비에 344만원을 썼다. 청년·원외 정치인인 만큼 조직과 예산이 부족하다 보니 몸으로 뛰는 유세를 펼친 것으로 보인다. 황교안 전 대표는 문자 홍보에 1억814만원, 대면홍보에 1700만원을 지출했다고 신고했다. 다른 후보와 달리 식비나 숙박비를 비롯해 필수 지출액인 기탁금 내역조차 신고되지 않았다. 황교안 캠프 관계자는 “지출 내역을 추가로 신고했다”고 밝혔다.
한편 최고위원 후보 8명은 1인당 평균 1억300만원을 지출했다. 태영호 최고위원이 1억5400만원으로 가장 많았고, 조수진 최고위원이 6000만원으로 가장 적었다. 조 최고위원은 전당대회 후원회를 별도로 두지 않았다. 김병민 최고위원은 “비용 절감을 위해 사무실을 두지 않고 몸으로 뛰며 선거를 치렀다”고 했다.
양길성/박주연 기자 vertig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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