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경제적 문제가 정부의 책임은 아니다. 미국 경제는 수많은 사람과 기업으로 구성된, 천천히 변동하는 거대한 실체다. 세계 전체와도 깊이 연관돼 있다. 특정 시점의 경제 상황은 정치와 무관하게 수개월에서 수년에 걸친 경기 순환, 해외발 충격, 미국 중앙은행(Fed) 등이 저지른 정책 오류의 결과물이다.
하지만 정부는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 주체다. 그리고 현재 미국 행정부와 민주당은 국가 재정 책임, 금융 안정성, 경제수요 관리라는 중요한 세 가지 측면에서 실패했다. 미국 부채한도 협상을 둘러싼 긴장은 민주당이 건전한 재정 관리보다 정치적 목표를 우선시한다는 점을 또다시 잘 보여준다. 공화당도 지난 수년 동안 방만한 재정 운용에서 책임을 완전히 피하긴 어렵지만, 부채한도 상향 조건으로 정부 지출 삭감을 요구하는 공화당의 이번 안은 신중하고 실현할 수 있는 조치로 보인다.
금융 시스템 관리 문제도 민주당에는 뇌관이다. ‘좀비 은행’ 퍼스트리퍼블릭은행의 문제를 JP모간체이스의 인수로 해결하기까지 긴 시간이 걸렸다. 미국 역사상 대형 은행 파산 사례로 꼽히는 네 건 중 세 건이 지난 두 달 동안 발생했다. 어긋나는 신호 발송과 늦장 대응, 금융당국의 도덕적 해이까지 겹치며 수십억달러의 비용이 발생했다. 인플레이션도 문제다. 실질임금은 2년 동안 매달 감소해 이제는 조 바이든 행정부 출범 전보다 3% 이상 적다. 시장 금리가 작년 고점보다 떨어지긴 했지만, 이는 경기 침체 우려 때문이다.
민주당은 ‘민주주의에 대한 위협’을 정치적 의제로 들고나오면 경제적 오류에 대한 책임을 피할 수 있다고 본다. 하지만 지금의 암울한 경제 상황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내년 대선에서 승리를 거둘 가능성을 키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유권자가 경제 때문에 자신의 결함을 묵과할 것으로 계산하고 있다. 민주당은 미국인의 관심이 경제에 집중되지 않기를 바라야 한다.
이 글은 영어로 작성된 WSJ 칼럼 ‘Trump Could Win if People Vote Their Pocketbooks’를 한국경제신문이 번역한 것입니다.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