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합사료값은 축산물을 비롯해 식품물가 전반에 큰 파급효과를 미친다. 그런 만큼 올 1분기 평균 가격이 ㎏당 681.7원으로 여덟 분기 만에 진정된 건 다행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코로나19 창궐로 인한 글로벌 물류대란으로 가격이 급등세를 타기 시작한 2020년 1분기(474.6원)와 비교하면 여전히 43.6%나 높다. 올초 남반구를 덮친 폭염·가뭄과 러시아의 ‘흑해 곡물협정’ 파기 위협 등으로 불안해진 글로벌 곡물 가격이 하반기 사료 시세에 영향을 미칠 것을 감안하면 여전히 첩첩산중이란 게 축산업계의 시각이다.
여기엔 지난 3월 아르헨티나에 닥친 63년 만의 최악 폭염과 가뭄이 직격탄을 날렸다. 올해 들어 아르헨티나에서 가뭄으로 타격을 입은 지역의 면적은 총 1억7250만㏊로 스페인 국토의 세 배에 해당한다. 이에 따라 올해 세계 옥수수 공급량은 전년 대비 13.9% 감소할 전망이다. 미국과 유럽연합(EU)의 옥수수 수출량도 전년 대비 각각 25.1%, 46.1% 줄어들 것으로 관측된다.
올해 소비량은 전년 대비 2.4% 감소하는 데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더구나 중국이 지난해 발생한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의 후폭풍에서 서서히 벗어나고 있어 중국 내 돼지사육 증가에 따른 수요 폭발 가능성도 있다.
대두박(대두에서 기름을 뺀 나머지·콩깻묵)도 사정이 비슷하다. 아르헨티나의 2022~2023년도 콩 생산량은 3050만t으로 전년보다 29.0% 쪼그라들 전망이다. 아르헨티나는 배합사료의 핵심 원료가 되는 대두박 수출량이 세계 수출의 45% 내외를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크다.
3월 중순 아르헨티나의 대두박 수출 가격은 6개월 전과 비교해 16% 올랐다. 농촌경제연구원은 “올해 세계 대두박 수출량 전망치는 5년 내 최저치”라며 “아르헨티나의 수출 감소는 대두박 수입이 꾸준히 증가해온 동아시아에 가장 큰 타격을 미칠 것”이라고 설명했다.
흑해 협정은 러시아·우크라이나가 전쟁 발발 후 러시아가 봉쇄했던 흑해 연안 항구에서 밀 옥수수 콩 등을 안전하게 수출할 수 있도록 보장한 협정이다. 국제 곡물 가격은 전쟁이 터진 2021년 초 우크라이나의 수출길이 막히면서 급등세를 탔다가 흑해 협정이 체결된 지난해 7월부터 조금씩 하락했다. 곡물 가격이 최정점을 찍은 지난해 6월과 비교하면 지금은 40% 가까이 빠진 수준이다.
하지만 러시아가 흑해 협정 파기를 위협한 지난달 18일을 전후해 곡물 가격은 급등세를 탔다. 국제 곡물시장에선 “러시아가 흑해 협정을 연장하지 않으면 국제 곡물 가격이 지난해 6월 가격 수준으로 돌아가는 건 시간문제”라는 분석도 나온다.
유통·식품업계 관계자들은 “하반기에 사료값이 예상대로 강한 상승 흐름을 탈 경우 식품가격 전체를 끌어올릴 공산이 크다”고 한목소리를 낸다. 사료값 상승→축산농가 원가부담 증가→축산물값 상승→축산제품 가격 상승 순으로 영향을 미칠 것이란 얘기다.
사료업계 관계자는 “최근의 흐름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직후와 비슷한 수준의 위기로 보고 있다”며 “높아진 원·달러 환율도 부담 요인”이라고 말했다.
송영찬/한경제 기자 0ful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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