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보험료율을 현행 9%에서 15%로 대폭 올려도 소득대체율을 현재 40%에서 50%로 높이면 미래세대의 부담이 거의 줄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득대체율을 지금 수준으로 유지하면서 보험료율만 15%로 올리는 안에 비해선 미래세대의 부담이 3400조원 늘어나는 것으로 분석됐다. ‘더 내고 더 받는’ 방식의 국민연금 개혁은 재정 측면에선 거의 효과가 없다는 것이다.
한국경제신문이 5일 국회예산정책처의 ‘공적연금개혁과 재정전망’ 보고서를 살펴본 결과다. 보고서에 따르면 국민연금 보험료율만 현행 9%에서 15%로 높이고 소득대체율은 건드리지 않는다면 70년(2023~2093년)간 현행 제도 대비 연금의 누적 적자 감소 효과는 3699조3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반면 보험료율을 15%로 높이면서 소득대체율도 50%로 올리면 누적 적자 감소 효과는 282조6000억원에 그쳤다.
즉 ‘더 내고 더 받는’ 안은 ‘더 내고 그대로 받는’ 안에 비해 재정 절감 효과가 3416조7000억원(3699조3000억원-282조6000억원) 적다. 그만큼 현세대가 노후에 받는 연금을 늘리기 위해 미래세대에 부담을 더 떠넘기게 된다는 의미다.
이는 국민연금 개혁 과정에서도 논란이 될 전망이다. 보험료율 15%는 여야가 연금개혁을 논의하기 위해 구성한 국회연금특별위원회에서 유력하게 논의된 안이다. 소득대체율의 경우 40%는 재정 안정을 중시하는 쪽에서, 50%는 노후소득 보장을 중시하는 쪽에서 선호하는 안이다. 국민연금 재정계산위원회는 오는 26일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을 조정하는 모수개혁 논의를 시작할 예정이다.
예산정책처에 따르면 두 가지 방안은 국민연금 고갈 시점에도 차이가 난다. 국민연금 재정계산위가 최근 발표한 재정추계에 따르면 현행 제도를 유지할 경우 국민연금 고갈 시점은 2055년으로 예상된다. ‘보험료율 15%, 소득대체율 50%’안은 연금 고갈 시점이 2063년으로 8년 늦춰지는 데 비해 ‘보험료율 15%, 소득대체율 40%’안은 고갈 시점이 2069년으로 14년 미뤄질 것으로 예산정책처는 전망했다. ‘더 내고 더 받는’ 방안도 지금보다 고갈 시점을 늦추기는 하지만 ‘더 내고 그대로 받는’ 방안에 비해선 효과가 작은 것이다.
윤석명 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보험료율이 높아져 고갈 시점 자체는 늦춰지더라도 실질적인 재정 안정 효과는 없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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