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스타트업 생태계에 총 5조원을 투입하는 '서울비전 2030펀드'를 만든다. 지방자치단체가 조성한 스타트업 펀드 중 최대 규모로 경기 침체로 돈줄이 마른 스타트업에 단비가 될 전망이다.
서울시는 스케일업 펀드(성장 단계 스타트업 지원)와 창업지원 펀드 공고를 시작으로 다음달까지 총 6개 분야에서 서울비전 2030펀드 출자사업을 시작한다고 7일 발표했다.
▶본지 2월 10일자 A1, 2면 참조
산업 생태계, 기업의 성장단계별로 총 6개 펀드를 조성하기로 했다. 스케일업 펀드는 총 1조4000억원 규모, 창업지원 1조원, 디지털대전환 1조원, 첫걸음동행(초기단계 기업 지원) 2500억원, 문화콘텐츠 6000억원, 서울바이오 7500억원이 각각 목표액이다.
총 5조원 펀드는 지자체가 조성한 벤처펀드 중 국내 최대 규모가 될 예정이다. 서울시가 4년간 3500억원을 대고, 정부 모태펀드와 민간투자자금을 매칭투자하는 방식으로 자금을 마련할 계획이다.
서울시는 첫 번째로 스케일업 펀드와 창업지원 펀드의 출자 공고를 8일 내기로 했다. 서울시가 각각 100억원, 40억원 씩을 출자해 펀드를 운용사(GP)를 선정하기로 했다. 두 펀드 모두 '서울에 있는 창업기업에 서울시 출자금의 200% 이상을 투자해야 한다'는 조건을 달았다.
나머지 분야인 디지털대전환, 첫걸음동행, 문화콘텐츠, 서울바이오 펀드 출자 공고도 6월 중 순차적으로 낼 예정이다.
서울시는 시의 미래 먹거리를 만든다는 목표로 펀드 조성사업을 벌이기로 했다. 혁신기업이 '죽음의 계곡(데스밸리)'을 넘어 유니콘 기업(기업가지 10억달러 이상 비상장 기업)으로 성장하도록 체계적으로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경기가 둔화하고 자금시장이 경색되면서 국내 벤처투자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도 서울시가 펀드 조성에 나선 이유다. 국내에서 올해 1분기 이뤄진 벤처투자액과 펀드 결성액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60.3%, 78.6% 줄어들었다. 시 관계자는 "금리가 올라가고, 금융권의 위험관리가 강화되면서 벤처·스타트 기업들이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한계상황에 직면한 기업도 적지 않다"며 "자금위축으로 혁신기업의 성장세가 꺾이지 않도록 지원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서울시는 2019~2022년 운영한 '서울미래혁신성장펀드'로 톡톡한 효과를 봤다. 이 펀드가 투자기업 470개를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투자 시점 대비 매출액은 총 1조2800억 원 늘었고, 8236명을 새로 고용하는 효과를 거뒀다. 미래혁신성장펀드는 3조4000억원 규모로 총 60개 자(子)펀드로 구성됐다. 기존 목표인 1조2000억원의 2.8배 규모다.
서울비전2030 펀드는 목표는 이렇게 성장한 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을 선점할 수 있도록 전략 지원하는 게 목표다.
서울시는 지난달 27일 강남구 테헤란로에 벤처캐피털(VC)과 액셀러레이터(AC)가 대거 입주한 서울창업허브 스케일업 센터를 열기도 했다.
오세훈 시장은 "벤처·스타트업 업계가 글로벌 경기침체로 인한 투자 보릿고개로 자금 조달이 어려운 상황을 벗어나고 산업 경쟁력을 키울 수 있도록 다각도로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김대훈 기자 daep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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