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포스코퓨처엠과 부산교통공사가 한국형 녹색채권 발행에서 흥행을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형 녹색채권은 기존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채권의 ‘그린워싱’ 논란을 막기 위해 환경부가 직접 적합성 판단을 내린 뒤 이자를 지원해주는 채권을 뜻한다. 적합성 판단에는 한국형 녹색분류체계 이른바 ‘K-택소노미’가 활용된다.
포스코퓨처엠의 녹색채권 수요예측엔 모집액 3000억원의 3.5배인 1조600억원이 몰렸다. 이 회사는 발행에 앞서 흥행을 예상하고 당초 1500억원으로 예정했던 모집액을 두 배인 3000억원으로 늘렸다. 부산교통공사의 수요예측에도 모집액 700억원보다 훨씬 많은 수요가 몰린 것으로 전해졌다. 포스코퓨처엠과 부산교통공사는 한국형 녹색채권을 통해 발행한 자금을 각각 양극재 생산과 노후 전동차 교체에 사용할 계획이다.
녹색채권이 기대 이상의 흥행을 거두면서 채권시장에도 ESG 문화가 자리잡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연 3~4%대의 높지 않은 금리에도 모집액의 서너 배 수요가 몰리는 것을 두고 업계에선 “기관투자가들의 성향과 의도가 확실히 드러나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앞서 올해 초 강원 삼척 지역에 국내 최대 규모의 석탄 발전소를 세우기 위해 삼척블루파워가 발행한 회사채는 흥행에 실패했다. 당시 연 6.96%라는 높은 이자에도 2250억원의 모집액 중 수요는 80억원에 불과했다. 막대한 탄소배출이 예상되는 석탄발전소 투자에 ‘ESG 흐름을 거스른다’고 낙인이 찍히면서다.
기업뿐 아니라 정부도 최근 한국형 녹색국채 발행을 추진하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녹색국채 도입을 위한 용역을 발주한 상태다.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기관들 내부의 ESG 투자 지침과 기준이 강화되면서 한국형 녹색채권에 대한 수요는 더 많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성상훈 기자 upho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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