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기 위해 반납하는 유럽행 ‘황금노선’을 잡기 위해 에어프레미아와 티웨이항공이 맞붙었다. 유럽행 노선 확보 여부에 따라 두 항공사의 미래 성장성이 갈릴 수 있어 자존심을 건 경쟁으로 비화하는 분위기다.
7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유럽경쟁당국(EC)은 오는 8월 초까지 인천~프랑스 파리·이탈리아 로마·독일 프랑크푸르트·스페인 바르셀로나 등의 노선에서 대한항공을 대체해 슬롯(시간당 이착륙 허용 횟수)을 보유할 항공사를 선정한다. 대한항공이 아시아나를 인수하면 노선 독과점 우려가 있기 때문에 이를 해소하기 위한 조치다.
이 노선을 잡기 위해 먼저 뛰어든 항공사는 에어프레미아다. 이 회사는 대한항공을 통해 EC에 노선인수의향서(LOI), 투자 계획서 등을 최근 제출했다. 2017년 신설된 에어프레미아는 인천~미국 로스앤젤레스(LA) 등 이미 장거리 노선을 취항하고 있다는 점을 적극 내세우고 있다. EC는 에어프레미아의 항공기 보유 계획을 바탕으로 노선 양도에 관해 심사 중이다.
이 노선 확보전에 티웨이항공이 갑자기 등장했다. 티웨이항공은 코로나19가 창궐했던 지난해 2월부터 대형기(A330-300)를 도입하며 장거리 노선 확충을 준비해 왔다. 회사 관계자는 “조만간 EC에 LOI를 제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들 저비용항공사(LCC)가 유럽행 노선 잡기에 뛰어든 건 단거리 위주의 LCC 간 경쟁에서 벗어나 파리와 로마 등 황금노선을 시작으로 장거리 사업도 벌일 기회라는 설명이다. 특히 유명섭 에어프레미아 대표, 정홍근 티웨이항공 대표 등이 대한항공 출신이라는 점도 이 같은 행보의 이유로 꼽힌다.
항공업계는 두 회사 모두 장점이 분명해 앞으로 EC와의 대응 등에서 승패가 갈릴 것으로 보고 있다. 이미 대형항공기(보잉 787 드림라이너) 4기를 통해 LA 노선을 운영 중이며 이달엔 뉴욕, 다음달엔 독일 프랑크푸르트 등에 취항을 준비하고 있는 에어프레미아의 장거리 경험과 2010년 창립해 13년간 쌓은 티웨이항공의 운영 노하우가 충돌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에어프레미아 관계자는 “대형기를 내년엔 5기 더 늘리고, 2030년까지 19대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했고, 티웨이항공 관계자는 “수많은 해외 지점을 운영한 노하우는 에어프레미아가 따라올 수 없다”며 “유럽까지 운항이 가능한 대형기를 추가 도입할 계획”이라고 했다.
김형규/김재후 기자 kh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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