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가 있는 외교는 전승, 전패는 있을 수 없으며, ‘51 대 49 게임’일 수밖에 없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과거사와 관련해 “혹독한 환경 속에서 많은 분들이 매우 힘들고 슬픈 경험을 한 데 대해 가슴이 아프다”고 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의 발언이 한국 입장에선 성에 안 찰 수 있다. 그러나 지난 3월 정상회담 때 “역대 내각의 입장을 계승하겠다”고만 한 데서 한 발짝 나아간 것도 사실이다. 일본 총리로서는 12년 만의 현충원 참배, 반도체와 소재·부품·장비 공조, 일본 히로시마 G7(주요 7개국) 정상회의 도중 한·일 정상의 한국인 원폭 희생자 위령탑 공동 참배, 한국 전문가 시찰단의 후쿠시마 오염수 처리 현장 파견 등은 의미 있는 결과물들이다.
그런데도 민주당은 마치 전패를 기록한 것인 양 호도하고 있다. 비판할 건 비판하더라도 평가할 것은 평가하는 책임 있는 원내 제1당의 격(格) 있는 모습, 최소한의 균형은 안타깝게도 찾아볼 수 없다. 지난 3월 정상회담 후엔 ‘계묘늑약’ ‘삼전도 굴욕’이라고 조롱하더니 사실과 합리성에 대한 일말의 고민도 없이 여전히 ‘닥치고 반일’에 기댈 뿐으로, 무책임하기 짝이 없다. 어떠한 대안 제시도 없다. 앞서 문재인 정부조차 “일본 위안부 피해자 문제에 대해 일본에 재협상을 요구하지 않겠다”면서 역사 문제와 향후 한·일 관계 발전 등의 문제는 별개로 접근하겠다는 ‘투트랙’ 전략을 밝힌 바 있다는 점을 떠올려보면 지나친 반일몰이가 아닐 수 없다.
한·일 협력은 경제와 안보를 위해 더 늦출 수 없는 시대적인 과제요 사명이다. 일본도 양국 관계가 앞으로 더 나아가기 위해 적극적인 노력을 더 기울여야 함은 물론이다. 한국 야당도 책임 있는 정당이라면 구한말 위정척사식 인식 틀, 반일몰이 장사에서 벗어나 무엇이 진정 국익을 위한 길인지 조금이나마 고민하는 모습이라도 보여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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