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 보고 조리 봐도 알 수 없는 둘리 둘리.”
대한민국 중장년층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아기공룡 캐릭터 ‘둘리’. 둘리가 올해로 탄생 40주년을 맞았다. 둘리가 처음 우리 곁을 찾아온 것은 1983년 만화잡지 <보물섬> 4월호에서였다. 연재가 이어지며 인기가 높아졌고 마침내 애니메이션까지 제작되며 선풍적 인기를 끌었다.
둘리의 ‘마흔 살’을 기념해 1996년 상영된 극장용 애니메이션이 27년 만에 고화질 디지털로 복원됐다. 오는 24일 개봉하는 ‘아기공룡 둘리: 얼음별 대모험 리마스터링’이다. 둘리 시리즈의 유일한 극장판으로, 과거 개봉 당시 연일 매진 사례를 기록한 작품이다.
원작자이자 영화의 연출을 맡은 김수정 작가 겸 감독(73·사진)은 8일 서울 CGV명동씨네라이브러리에서 간담회를 열었다. 그는 소회가 남다르다고 했다. “결코 짧은 시간이 아닌데 지속적으로 사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과거 작업에 참여한 스태프 중 남아 있는 분이 다섯 손가락에 꼽을 정도로 많은 것이 변했습니다. 하지만 그때의 열정을 추억하고 되살리는 기회가 된 것 같아 기쁩니다.”
경남 진주에서 태어난 김 작가는 집안 사정으로 어린 시절부터 생계에 어려움을 겪었다. 하지만 그림을 꾸준히 그리며 만화가의 꿈을 키웠다. 그러다 ‘초능력을 가진 아기공룡’이란 독특한 설정의 캐릭터 둘리를 내세워 꾸준한 관심을 얻었다. 비단 둘리뿐만 아니다. 국민 아버지 고길동부터 고씨 집안의 실세 아기 희동이, 방구석 슈퍼스타 마이콜까지 골고루 인기를 얻었다. 최근에도 온라인에서 다수의 캐릭터가 반복적으로 회자되고 있다. 특히 “어린 시절엔 둘리가 좋았는데 어른이 된 후엔 아버지 고길동에게 감정 이입하게 된다”며 ‘고길동의 재발견’ 현상도 나타났다.
둘리의 롱런 비결에 대해 김 작가는 “이 작품뿐 아니라 ‘오달자의 봄’ ‘날자 고도리’ 등 제가 만든 모든 만화는 사람들의 사연에서부터 시작된다”고 설명했다. “둘리와 고길동 등엔 판타지가 섞여 있지만, 현실을 기본 바탕으로 하고 있어요. 실제 우리의 삶과 연결 지어 만들어서 오랫동안 사람들의 곁을 지킬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김 감독은 한국 애니메이션의 선구자로서 열악한 제작 환경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한국 극장가에서 일본 애니메이션이 흥행하는 것을 볼 때 마음이 쓰리고 죄책감도 느낍니다. 하지만 한국에서의 제작 여건은 호락호락하지 않습니다. 이 영화가 과거 개봉하고 나서 제작비를 갚는 데만 5년이 걸렸어요. 대외적 지원이 원활히 이뤄지면 좋겠지만 잘되지 않아 아쉽습니다.”
그럼에도 한국 창작자들만의 기발한 상상력은 큰 경쟁력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한국 웹툰이나 웹소설을 보면 굉장히 자유롭습니다. 그 아이디어가 애니메이션 시장으로도 옮겨오면 멋진 작품이 나올 것 같습니다. 자유로운 상상력이 곧 우리의 경쟁력이 될 겁니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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