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8일 한국의 주요 경제단체장과 만나 양국 경제협력 확대 방안을 논의했다. 1박2일간 한국을 찾은 기시다 총리의 마지막 일정이었다. 기시다 총리는 이 자리에서 “한일 간 협력에 있어 기업이 먼저 나서 협력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고 참석자들이 전했다.
기시다 총리는 이날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주한일본대사관 주최로 한국 경제인들과 간담회를 했다. 김병준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직무대행,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구자열 한국무역협회 회장,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 회장, 최진식 한국중견기업연합회 회장, 김윤 한일경제협회 회장 등이 참석했다.
최태원 회장은 행사 후 기자들과 만나 “한국과 일본은 상호 중요한 경제협력 파트너이기 때문에 미래를 향한 발전적 관계가 필연적”이라고 말했다. 손경식 회장도 “한국과 일본 기업들이 교류를 활발하게 해 시너지를 내야 한다는 데 기시다 총리와 경제인들이 공감했다”고 설명했다.
경제계에서는 이날 회동의 의미가 크다는 평가가 나왔다. 양국 정상은 지난 7일 한·일 정상회담 기자회견에서 경제 관련 공조를 강화하겠다고 발표했다. 그 다음날 기시다 총리가 한국 기업인들을 만난 건 일본 기업에 ‘민간 교류 확대에 속도를 내면 좋겠다’는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는 게 한국 경제계의 설명이다. 한 관계자는 “일본 기업들은 정부가 신호를 주지 않으면 움직이지 않는 경향이 있다”며 “이날 티타임을 계기로 일본 기업들이 한국 기업과의 협력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국과 일본 경제계의 최대 관심사는 반도체 공급망 협력이다. 과거 양국 반도체 기업들은 활발하게 교류했고, 거미줄처럼 얽힌 생태계를 구축했다. 소부장(소재·부품·장비) 분야에서 기술력을 보유한 일본 기업과 제조 분야에서 뛰어난 한국 기업이 시너지를 냈다. 그러다 2019년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 및 일본 정부의 3대 핵심 반도체 소재(플루오린 폴리이미드, 포토레지스트, 불화수소) 수출규제를 계기로 양국 기업의 교류가 뚝 끊겼다.
국내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2019년 이후 일본에서 소재와 장비를 수입하는 비중을 줄이는 동시에 국산화를 위한 노력을 기울였지만 여전히 일본 기업에 일부 의존하고 있다”며 “화이트리스트(수출 심사 우대국) 제외로 수출입 절차가 까다로워져 어려움을 겪었다”고 말했다. 일본 기업들도 매출 감소를 감수해야 했다.
양국 기업들이 핵심 자원을 확보하기 위해 제3국에 공동으로 진출하는 방안을 추진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구자열 회장은 “한·일 양국은 해외 자원 공동 개발 및 핵심 전략 물자의 공급망 협력을 통해 공동 이익을 추구해야 한다”며 “수소 등 에너지 분야에서 제3국 공동 진출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병준 회장직무대행도 “희귀 광물자원 등을 확보하기 위한 한국과 일본 기업의 협력을 강화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도병욱/최예린 기자 dod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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