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회장이 지휘봉을 잡으면서 현대차그룹은 완전히 다른 회사로 변했다. 그는 2019년 경영진과 직원들이 점심시간에 만나 격의 없이 대화하는 타운홀미팅을 도입하고 그해 10월엔 직접 마이크를 잡았다. 정 회장은 이 자리에서 “차 판매량이 아니라 가장 진보적인 기업문화로 1등 하는 회사, 사람들이 다니고 싶어 하는 회사로 만드는 게 목표”라고 강조했다. 주요 주주인 칼라일그룹에는 “스타트업처럼 더 자유롭고 자율적인 의사결정 문화로 변모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이 약속은 실질적인 제도 개편으로 이어졌다. 복장은 물론 근무 시간·장소를 자율화했다. 여름철이면 반바지에 샌들을 신은 직원도 쉽게 볼 수 있다. 2019년에는 국내 대기업 최초로 신입사원 정기 공채를 없앴다. 현업 부서가 ‘스펙’ 대신 필요한 직무 역량을 갖춘 인재를 수시로 채용할 수 있게 했다.
각각 6단계, 5단계에 이르던 임원과 직원 직급도 4단계, 2단계로 단순화했다. 회사 내 생각하는 방식을 바꾸고 효율적인 의사결정 구조를 갖추겠다는 의지에서다. 정 회장은 장황한 보고서와 대면 결재를 없앴다. 급할 땐 모바일 메신저로 보고받고 피드백도 몇 시간 안에 직접 한다. 현대차의 한 직원은 “‘모두가 건강하게 일을 잘하도록 돕는 게 저의 일’이란 회장의 말이 마음을 움직였다”고 말했다.
빈난새 기자 binther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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