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 오신 날을 앞두고 한국 사찰의 풍경을 담은 유병용 초대전 '절로 절로 저절로'가 10일 서울 종로구 사간동 법련사 불일미술관에서 개막한다. 작가가 지난 10여 년 동안 전국 200여 곳의 사찰을 다니며 찍은 사진들 가운데 추린 100여 점을 16일까지 선보인다. 이번 전시작들은 사찰과 주변의 풍경 그리고 승려들의 일상을 찍은 사진들이다. 꽃 속에 휴식을 취하는 와불, 봄 꽃이 피어난 산길을 따라 걷는 두 노스님의 뒷모습, 커다란 바위와 하늘과 무심히 먼 곳을 응시하는 승려 등 그의 작품들은 조형적 완성도와 함께 고뇌와 번민, 깨달음을 향한 간절함을 간결한 구도로 보여준다. 여러해 동안 전국 곳곳에 흩어져있는 사찰들을 찾아다닌 작가의 지치지 않는 의지, 피사체를 구성하는 조형감각, 상상력을 자극하는 함축적 메시지가 조화를 이뤘다는 평가를 받는다.
석불사 주지 경륜 스님은 유씨의 작품에 대해 "시인이 쓴 시보다 더 많은 말을 하고, 가수의 노래보다 더 심금을 울려주는 소리를 들려준다"고 말했다. 유병용은 "사진은 아무도 볼 수 없었던 것을 누구라도 볼 수 있게 해주는 것"이라며 "이 절 저 절 다니며 마주했던 여러 얘기를 모든 사람들이 편하게 공감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1988년부터 18 차례의 개인전을 열고 6권의 사진집을 낸 중견 사진가인 유씨는 ‘웅산’(雄山)이란 수계명을 받은 불자이기도 하다. 2017년 석불사 은적당(隱寂堂) 법운 큰스님의 입적부터 49재까지 모든 과정을 촬영해 책으로 출간하기도 했다.
신경훈 디지털자산센터장 khsh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