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극의 주인공은 프랑스 출신 줄리앙 브룬(31·사진). 브룬은 8일(한국시간) 이탈리아 로마 마르코 시모네GC(파71)에서 열린 이탈리아오픈에서 최종합계 15오버파 299타를 쳐 커트 통과한 선수 가운데 꼴찌로 대회를 마쳤다. 전날 3라운드에서 규정 타수보다 무려 12타가 더 많은 83타를 친 게 결정적이었다.
브룬은 3라운드에서 프로골프 선수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의 실수를 두 번이나 범했다. 1번홀(파4)에선 두 번째 샷을 앞두고 공을 집어 들어 닦다가 1벌타를 받았다. 1, 2라운드에서 적용됐다가 3라운드부터 프리퍼드 라이 룰(좋지 않은 기상상태 등으로 더 나은 위치로 볼을 옮길 수 있도록 허락하는 임시 규정)이 철회됐다는 사실을 깜빡해서 나온 실수였다. 결국 그 홀에서 보기를 기록했다.
브룬은 벌타로 대가를 치르고도 똑같은 실수를 6번홀(파4)에서 또 범했다. 그는 이 홀에서 무의식적으로 공을 닦으려 또 집어 들었다. 순간 멈칫했지만 이미 공을 건드렸기 때문에 물이 엎질러진 뒤였다. 그는 또 1타를 잃어 보기를 적어냈다.
‘멘털’이 흔들린 듯 브룬은 이후 계속해서 무너졌다. 8번홀과 11번홀(이상 파4)에서 티샷을 물에 빠뜨리며 더블보기를 범했고, 이어진 12번홀(파5)에서도 티샷을 코스 밖으로 내보내 또 2타를 잃었다. 14번홀(파4)에서도 OB가 나왔다.
그린에서도 실수가 이어졌다. 11번홀에서 1m도 안 되는 보기 퍼트를 놓쳤고, 12번홀에서도 1m가 조금 넘는 퍼트를 놓쳤다. 17번홀(파3)에서도 1.5m 퍼트를 흘렸다. 결국 버디 3개를 잡고도 80대 타수에 그칠 수밖에 없었다. 브룬은 망연자실한 듯 경기 후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그냥 내가 못했다”며 “그래도 골프를 즐겨라”고 적었다.
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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