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코로나 특례기간, 임대료 연체기간 산정 제외해야"

입력 2023-05-09 12:00   수정 2023-05-09 12:23

임대차 분쟁의 조정 조서에 '차임의 3기 연체'를 계약 해지 사유로 당사자끼리 약정했더라도 코로나 사태로 인한 특례기간 사이에 발생한 연체 전력은 전체 연체액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9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는 지난달 13일 상가 세입자 A씨가 건물주 B씨를 상대로 낸 강제집행 청구이의 소송에서 B씨의 상고를 기각하고 원고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A씨는 2018년 7월 B씨 소유의 서울 서초구 소재 상가 점포에 대해 보증금 1575만원, 월세 262만5000원, 관리비 100만원에 임대차 계약을 맺었다. 이후 A씨가 월세와 관리비를 계속해서 밀리자 B씨는 같은 해 10월 명도소송을 냈다.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제10조의 8항에 따르면 임차인의 차임(월세 및 관리비) 연체액이 3기(3개월)의 월세액에 달할 경우 임대인은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

해당 명도소송은 2019년 3월 당사자 간 조정 성립으로 마무리됐다. 조정 조항에는 월세 및 관리비 연체액 합계가 3개월분에 달하면 임대차계약이 자동 해지된다는 내용이 담겼다. 계약이 해지될 경우 해지일로부터 1개월 이내에 임대인에게 상가를 인도하는 조건도 달렸다.

하지만 A씨는 조정 성립 이후로도 월세와 관리비를 내지 못했다. A씨의 연체액이 3개월분을 넘겼다고 판단한 B씨는 조정 조항을 어겼다며 강제집행을 시도했다.

A씨는 이에 맞서 B씨를 상대로 강제집행에 대한 청구이의 소송을 냈다. A씨는 2020년 9월 29일부터 이듬해 3월 28일까지 6개월간 발생한 연체액은 총연체액에 산입할 수 없다는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제10조의 9항을 근거로 들었다. 이 조항은 코로나 사태로 경영 상황이 어려워진 소상공인들이 월세가 밀렸다는 이유로 임대차계약이 해지되지 않도록 도입된 임시 특례규정이다.

실제로 A씨가 밀린 월세와 관리비 중 6개월의 특례기간을 제외한 나머지 금액은 3개월분에 달하지 않았다. A씨가 1심 변론기일 당시인 2021년 9월까지 밀린 월세와 관리비는 총 3671만4100원이다. 여기서 특례기간의 연체액 2455만6080원을 제외한 금액은 1215만8020원으로, 3개월분의 월세와 관리비인 1254만원에 미치지 못했다.

1심 재판부는 A씨의 손을 들어줬다. 2심도 "차임 연체와 해지에 관한 규정을 적용함에 있어 피고 주장과 같이 지연손해금까지 포함해 계산할 경우 강행규정인 상가임대차법 제10조의8을 위반하게 된다"며 B씨의 항소를 기각했다.

대법원은 "임차인의 채무 변제액을 변제충당할 때 특례규정에 정한 6개월 기간 동안 연체된 차임은 이행기가 도래한 다른 연체 차임보다 먼저 충당할 수 없고, 연체 차임 충당에 관해 당사자가 이러한 순서와 다르게 약정하거나 또는 임대인이 이 순서와 다른 방법으로 변제충당을 지정하는 경우는 임차인에게 불리해 무효임을 명시했다"고 설명했다.

민경진 기자 m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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