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부가 외환은행 매각을 두고 미국계 사모펀드(PEF) 운용사 론스타와 10년에 걸쳐 진행했던 투자자-국가 간 소송(ISDS)에서 나온 배상금액이 2억1650만달러(약 2857억원·원달러 환율 1320원 기준)에서 2억1601만달러(약 2851억원)로 변경됐다. 중재 판정부가 한국 정부의 주장을 받아들여 기존보다 배상액이 다소 줄어들었다. 배상금액이 정정되면서 정부가 다음 단계인 판정 취소소송에 돌입할 전망이다.
9일 법무부에 따르면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 중재판정부는 이날 오전 1시30분께 한국 정부의 손해배상금 정정신청을 받아들이겠다고 통지했다. 이로써 배상금액은 기존보다 약 48만달러(약 6억원)가 줄었다. 한국 정부는 지난해 10월 “배상금액 2억1650만달러에는 2011년 5월 24일부터 그해 12월 2일까지 이자액 20만1229달러(약 2억9000만원)와 12월 3일부터 2013년 9월 30일까지의 이자액 28만89달러(약 4억원)가 이미 포함돼있기 때문에 제외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은 정정 신청서를 판정부에 제출했다.
배상금액 정정신청에 대한 결론이 나면서 한국 정부가 본격적으로 판정 불복절차를 밟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법조계에선 지난해 8월 31일 판정이 나온 뒤 정부가 신속하게 취소소송 등을 제기할 것으로 봤지만, 배상액 정정절차가 길어지면서 지연됐다. ICSID 규정상 판정 취소소송은 이날로부터 120일 안에 해야 한다.
법무부는 지난해 10월 국제중재 분야 전문가들로부터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 판정의 취소 신청 및 집행정지를 할 수 있는 요건에 부합한다”는 답변을 받는 등 물밑에서 불복절차 준비를 해왔다. ICSID의 중재 규칙에 따르면 △중재판정부의 권한 이탈 △절차 규칙 미준수 △판정 이유 미게재 △부적절한 판정부 구성 △판정부의 부패 중 하나라도 해당하면 판정 취소 신청을 할 수 있다.
중재판정부는 지난해 8월 31일 한국 정부가 론스타에 손해배상을 해야한다는 판정을 내렸다. 배상액은 론스타가 청구한 금액(46억8000만달러)의 4.6%로 결정됐다. 2012년 1월 론스타가 하나금융그룹에 외환은행을 매각할 때 금융당국의 승인 지연으로 거래가격이 떨어졌다는 론스타의 주장이 일부 인정됐다. 중재판정부는 “가격이 내려갈 때까지 매각을 승인하지 않은 채 지켜본 행위는 투자보장협정상 공정·공평대우 의무를 위반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다만 “론스타가 외환카드 주가조작으로 유죄 판결을 받은 것이 매각 승인 지연에 영향을 미쳤기 때문에 매각가격이 떨어진 데는 론스타에도 50% 책임이 있다”고 봤다.
김진성 기자 jskim1028@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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