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5월 10일 13:07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SG 시대에 빼놓을 수 없는 주제가 탄소배출권이다. 필자가 속한 회계법인 ESG 센터에 최근 들어 부쩍 탄소배출권과 관련한 문의가 많아졌다. 탄소배출권에 관한 문의는 그 종류도 다양하고 산업별 이슈도 여러 가지다. 법정 탄소배출권 관리 이슈부터, 자사 제품이 탄소 저감형 제품으로 인정받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그리고 탄소배출권 투자 방법에 대한 것까지 그 주제가 실로 광범위하다.
탄소배출권 시장은 크게 규제적 탄소 시장(CCM, Compliance Carbon Market)과 자발적 탄소 시장(VCM, Voluntary Carbon Market)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우리나라의 규제적 탄소 시장(CCM)은 구체적으로는 KRX 배출권 시장 정보플랫폼을 통해 배출권 시세, 할당대상 업체 등을 확인할 수 있으나 시장 참여자가 할당대상 업체(2023년 5월 현재 736개)로 제한되어 있어서 일부 대규모 기업(기관)들의 시장에 불과하다. 이러한 규제적 탄소 시장(CCM)만으로는 할당대상 업체 이외의 기업을 참여시킬 수가 없고, 또한 중소기업이나 개인의 온실가스 감축 활동을 장려하기 어렵다. 그러한 연유로 탄생한 시장이 자발적 탄소 시장(VCM)이다.
자발적 탄소 시장(VCM)은 온실가스 감축 활동을 자발적으로 수행하는 모든 기업이 참여하여 탄소크레딧을 거래하는 시장으로서 세계적인 컨설팅 업체인 매켄지에 따르면 2030년까지 연 500억 불이 넘는 시장으로 성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으며, 향후 지구 온도상승을 저지할 핵심적인 수단이 될 뿐만 아니라 파생금융상품과 연계하여 금융산업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된다.
루프트한자와 같은 글로벌 대기업들도 자발적 탄소 시장(VCM)에서 양질의 자발적 탄소배출권(VCU, Voluntary Carbon Unit)을 구매하는 데 열을 올리고 있다.
루프트한자는 더 지속 가능한 항공여행을 위해 탄소배출량을 최대한 감축하고자 친환경 운임제도를 만들었다. 지속 가능한 항공 연료(SAF, Sustainable Aviation Fuel) 사용을 통해 탄소배출량을 20% 감축하고, 기후 보호 프로젝트를 통해 나머지 80%의 탄소배출량을 감축한다는 게 이 운임제도의 주요 골자다. 물론 항공요금이 좀 더 비싸진다는 단점은 있지만 전 지구적인 문제에 승객들도 동참할 수 있도록 하는 의미 있는 제도로 보인다.
그런데, 지속 가능한 항공 연료를 사용한다는 점은 알겠는데, 기후 보호 프로젝트를 통해 탄소배출량을 감축한다는 건 뭘까?
루프트한자 항공이 진행하고 있는 기후 보호 프로젝트 중 네팔의 바이오가스 시스템 보급 사업을 예로 들어 설명하자면 다음과 같다.
① 루프트한자의 그린요금제도로 기후 보호 기금 조성
② 네팔의 바이오가스 사업 시행자(BSP)로부터 민간탄소배출권 선도 구매 계약
③ BSP가 각 가정에 소규모 바이오가스 시스템 설치
④ 탄소배출권 인증기관(Verra, GS 등)의 탄소 감축량 인증(탄소배출권 생산)
⑤ BSP는 생산된 탄소배출권을 선도 구매 계약자인 루프트한자에 매각
⑥ 루프트한자는 구매한 탄소배출권을 소각
⑦ 루프트한자는 80%의 탄소 배출량 감축 홍보
이러한 사업을 통해 항공사는 탄소 감축에 앞장섰다는 브랜드 이미지를 강화할 수 있고, 네팔의 농가들은 나무를 베어 에너지원으로 사용하던 기존의 고된 노동에서 벗어남과 동시에 여유시간에 다른 일을 통해 부수입을 얻고 있다고 한다. 이로 인해 산림 황폐화를 방지하게 된 것은 덤이다.
본 사업은 UN이 정한 지속 가능한 17대 목표 중 10가지를 달성할 수 있는 사업으로 인정되어 탄소배출권 중에서도 양질의 탄소배출권으로 평가된다. 이러한 양질의 탄소배출권은 시카고선물거래소에서 상대적으로 높은 금액에 거래할 수 있으므로 투자 측면에서 보더라도 훌륭한 투자처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세계적인 항공사가 탄소배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네팔로 달려간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항공사 입장에서는 도저히 달성할 수 없을 것 같았던 탄소 중립의 문제를 도랑치고 가재 잡는 격으로 풀어나가고 있다. 루프트한자 항공의 사례는 우리에게 탄소 중립문제를 위기로만 바라볼 것이 아니라 오히려 발상을 전환하여 기회로 삼을 수도 있음을 알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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