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수' 의견낼 때는 '매수' 일색이라고 비난받았는데, '중립' 제시하니 항의 전화가 폭주했습니다." 지난달 한 상장사에 투자의견 '중립'을 낸 A 연구원은 기업 분석을 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고 토로했습니다. 개인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은 기업에 '매수'가 아닌 투자의견을 제시하거나 목표주가를 낮추면 항의 전화, 메일이 빗발쳐 일하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9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최근 한 달(4월 9일~5월 8일)간 투자의견을 하향한 보고서는 총 35건이었습니다. 1월에서 3월까지 투자의견을 낮춘 보고서가 한 달 평균 16건에 그쳤던 걸 감안하면 2배 이상 늘어난 셈입니다.
이후 주가가 조정되자 개인 투자자들은 화살을 증권사 연구원들에게 돌렸습니다. 종목 보고서에 적힌 메일 주소와 전화번호엔 항의 전화가 이어졌습니다. 일부 극단적인 주주들은 단체행동을 예고하며 연구원들을 위협했다고도 합니다. 해당 종목의 종목토론방에선 연구원이 공매도 세력의 사주를 받아 시장에 공포 분위기를 조성했다는 의견도 심심치 않게 발견할 수 있습니다.
연구원들은 객관적인 자료에 맞춰 분석한 후 의견을 내놓은 것 뿐인데, 억울하다는 입장입니다. A 연구원은 "해당 기업의 사업 가치와 주가 사이의 관계를 분석했을 때, 고평가됐다고 판단해 '중립' 보고서를 냈다"며 "'중립'을 제시한다고 누가 돈을 주는 것도 아니고, 나는 월급쟁이일 뿐"이라고 말했습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 B씨도 "증권사는 증권 매매를 할 수 있는 플랫폼을 제공하는 것뿐"이라며 "증권사가 특정 세력과 결탁하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전했습니다. 기업과의 관계가 두려워 이때까지 매수의견을 내놓은 것 아니냐는 일부의 지적엔 "국내 기업이 글로벌 시장에 널리 진출한 지금, '매도' 보고서가 나와도 기업이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연구원보다 유튜버가 신뢰받는 흐름이 우려된다는 목소리도 나왔습니다. 연구원들은 컴플라이언스(법률 준수 의무)를 적용받는 만큼 사실에 기반해 보고서를 작성하는데, 유튜버들은 그렇지 않아 잘못된 정보가 유통될 수 있다는 겁니다.
유튜버들은 해당 종목을 보유한 채로 투자를 권유할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회사의 긍정적인 면을 부각해서 분석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반면 연구원은 자신이 분석하는 종목, 계열회사와 재산적 이해관계가 없어야 하기에 비교적 중립적인 입장에서 분석할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실제로 방송매체를 이용해 투자를 권유하는 업체가 법을 어기는 비율이 높았습니다. 금융감독원이 2021년 주식 방송업체를 특별 점검한 결과 20곳 중 12곳에서 미등록 투자자문을 하는 등 위법행위가 적발됐습니다. 적발률은 60%로 평균(16.4%)에 비해 높았습니다.
진영기 한경닷컴 기자 young71@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