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가격에 이 맛이라니"…입소문에 매출 폭등한 라면

입력 2023-05-09 14:26   수정 2023-05-09 15:53


전통 강호들이 사실상 양분하고 있는 라면 시장은 새로운 회사들이 진입하기 까다로운 시장으
로 꼽힌다. 자체브랜드(PB)로 승부를 봐야 하는 유통 업체의 경우엔 더욱 그렇다. 하지만 롯데마트는 정반대의 전략을 펼쳤다. 자체 PB ‘요리하다’를 알리기 위한 수단으로 라면 시장에 뛰어들었다. 볶음라면 트렌드에 발맞춰 ‘투움바 라면’, ‘오근내닭갈비 볶음면’ 등을 전면에 내세웠다. 맛과 품질을 인정받아 국제 품평회에서도 인정받았다.

9일 롯데마트에 따르면 롯데마트의 지난 1~4월 PB 라면 매출은 전년동기 대비 60% 신장했다. 지난해 10월 요리하다 브랜드를 정비하며 새로운 제품을 성공적으로 출시한 덕분이다. 특히 ‘요리하다 불맛짜장라면’ 매출이 250% 이상 늘어난 것이 전체 라면 매출 증가를 이끌었다. 타 PB제품보다 저렴한 가격(2590원)이 소비자들 사이에서 입소문 난 덕분이다.

단순 가격으로만 승부를 보는 건 아니다. ‘요리하다 국물라볶이’는 지난달 3일 국제 식품 품평회 ‘2023 몽드 셀렉션’에서 금상을 수상했다. 이밖에도 ‘투움바라면’, ‘불맛짜장라면’, ‘오근내 닭갈비볶음면’, ‘튀김우동라면’이 나란히 은상을 수상했다. 유통업체 PB 제품이 국제 식품 품평회에서 한 해에만 여러 상을 수상한 건 매우 이례적이다. 1961년 벨기에에서 시작된 몽드셀렉션은 전문 셰프, 소믈리에, 영양 컨설턴트 등 80여명의 전문가들로 구성된 심사위원단이 심사하는 저명한 식품 품평회다. 심사는 4개월에 걸쳐 품질 테스트와 연구기관의 과학적 평가 결과를 모두 종합해 이뤄진다.

초창기 ‘요리하다’는 롯데마트의 기대에 못 미치는 실적을 냈다. 롯데마트는 요리하다 출시 당시 제품 구성을 냉장식품, 냉동식품, 밀키트 위주로 했는데 제품군 특성상 구매 빈도가 상대적으로 낮아보니 브랜드 인지도를 올리기는 쉽지 않았다. 롯데마트는 인지도를 올리기 위해 라면을 선택했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라면은 마트에서 높은 매출 비중을 차지할 뿐만 아니라 신제품에 대해 한 번 먹어보려는 호기심이 다른 카테고리에 비해 높다”며 “요리하다 브랜드 인식 개선을 이루기엔 라면이 가장 적합한 카테고리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요리하다 브랜드 인지도가 올라가며 유명 맛집과의 컬레버레이션(협업)도 이뤄졌다. 지난해 11월 출시된 ‘요리하다 오근내 닭갈비볶음면’의 경우 서울 용산의 춘천닭갈비 맛집 ‘오근내’와 협업한 제품이다. 오근내의 비법 소스를 라면 스프로 구현해 닭갈비 소스에 라면사리를 추가한 것과 같은 맛을 구현했다.

롯데마트는 PB지만 ‘PB스럽지 않은’ 라면을 만든다는 전략이다. 단순히 가격적으로 유리해서 찾는 라면이 아닌 맛있어서 찾는 프리미엄 라면을 만들겠다는 목표다. 현재 출시된 5종의 라면은 식품 전문 상품기획자(MD)와 전문 세프가 협업해 개발했다. 투움바라면, 닭갈비볶음면처럼 기존에는 없던 맛을 선보이는 제품으로 가정간편식(HMR)을 넘어 레스토랑간편식(RMR)을 콘셉트로 내세웠다.

정해민 롯데마트 식품PB개발팀 MD는 “롯데마트는 추후 기존의 PB 라면을 출시한 노하우를 바탕으로 차별화된 맛을 지닌 제품이나 합리적인 가격을 지닌 제품을 준비할 것”이라며 “고물가 시기로 어려움을 겪는 소비자들의 장바구니 부담을 줄이는 동시에 롯데마트의 라면 매출을 끌어올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송영찬 기자 0ful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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