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간편결제 업계가 약육강식의 치열한 생존경쟁을 벌이고 있다. 특히 지난 3월 말 애플페이 상륙 전후로 간편결제 1·2위 사업자들은 전략적 협력을 통해 기존 시장지배력을 강화하는 반면 일부 사업자는 경쟁력에서 밀리면서 서비스 종료 수순을 밟고 있다.
"뭉쳐야 산다"…애플페이 상륙 직전 삼성-네이버 '전략적 동맹'
9일 빅데이터 플랫폼 기업 아이지에이웍스에 따르면 지난달 네이버페이 애플리케이션(앱) 사용자수는 전월 대비 44만명(44.78%) 증가해 눈에 띄는 성장세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삼성페이도 53만명(3.3%) 늘었다. 7~8년 전 출시돼 국내 온·오프라인 간편결제 시장에서 공고한 사용자 층을 확보하고 있는 이들 앱 사용자 수가 이처럼 최근 급증한 이유는 지난 3월 말부터 상호 서비스간 '결제 연동'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지난 2월 삼성페이와 네이버페이 운영사인 삼성전자와 네이버파이낸셜은 애플페이 국내 도입을 앞두고 업무협약(MOU)을 맺었다. 이에 따라 오프라인에서 QR코드로만 결제가 가능했던 네이버페이는 앱 내에서 삼성페이 결제가 가능해졌다. 삼성페이 결제 가능한 전국 모든 가맹점에서 네이버페이 이용이 지원되기 시작한 것이다. 아울러 온라인 쇼핑 시장을 장악한 네이버에서도 삼성페이 결제 지원 탭이 생겼다.
업계에 따르면 네이버페이 사용자 수는 약 3150만명, 삼성페이는 약 1630만명이다. 각각 온·오프라인 결제 시장을 잡고 있는 두 사업자의 '동맹'으로 사용자들 결제 편의성이 대폭 강화됐다.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2위이자 강력한 경쟁 사업자 애플페이 도입을 앞두고 사용자 이탈을 막으려는 목적"이라며 "서비스 연동 효과로 최근 사용자 수가 급증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애플페이는 지난 3월21일 국내 서비스를 시작한 이후 기대 이상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현대카드에 따르면 애플페이 국내 출시 후 한 달 간 신규 발급 카드는 약 35만5000장으로 전년 동기(13만8000장) 대비 156% 증가했다. 신규 회원 중 애플 기기 이용자 91%가 애플페이를 등록했으며 신규 등록 토큰 수(애플페이 사용 가능한 기기 숫자) 역시 3주 만에 200만건을 넘어서는 등 꾸준히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미래에셋페이·LG페이 등 일부 서비스 종료·축소 수순
애플페이 도입을 계기로 간편결제 1·2위 사업자들은 기존 시장 지배력을 강화하는 반면 일부 사업자는 경쟁력에서 밀려 서비스 종료 수순을 맞이하고 있다.
미래에셋증권이 출시한 미래에셋페이는 오는 6월 서비스가 종료된다. 2021년 10월 미래에셋은 스마트폰의 근거리무선통신(NFC) 기능을 이용해 국내 최초로 아이폰에서 터치 방식 결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했으나, 사용자 감소 등으로 결국 서비스를 접는다.
페이 서비스의 결제 수단인 스마트폰 단말기의 부재 등을 이유로 서비스가 종료·축소되는 경우도 있다. LG전자가 출시한 LG페이는 2024년 7월께 서비스가 종료될 예정이다. 2021년 모바일(MC) 사업부 정리에 따른 것이다.
LG전자는 MC 사업부 폐지를 결정한 이후 미국 시장에서 즉각 LG페이 서비스를 중단했다. 현재 국내에선 카드사와의 온라인 결제 연계 서비스가 축소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종료 예고 시점인 2024년 LG페이 서비스 연장 여부를 별도로 결정할 계획"이라며 "당분간 일부 서비스는 이용 가능하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수년간 간편결제 서비스가 급격히 늘어나고 있는데, 일부 사업자의 경우 제휴처가 제한돼 있거나 사용성이 떨어지는 등 과점 시장에 밀려 도태되기도 한다"며 "간편결제 시장이 커지는 만큼 빅테크와 애플 등 국내외 사업자간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조아라 한경닷컴 기자 rrang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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