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과 유사한 체계를 갖추고 2조원대 불법 도박사이트를 8년 넘게 운영한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이들은 필리핀에 본사를 두고 필리핀과 국내에서 불법 도박사이트 20여개를 운영한 것으로 드러났다.
인천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는 도박공간개설과 국민체육진흥법 위반 혐의로 자금 운용 국내 총책 A씨(38) 등 5명을 구속하고 B씨(25) 등 64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9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A씨 등은 2014년 12월부터 최근까지 필리핀에 위장법인 본사 사무실을 두고 바카라와 파워볼 등 필리핀과 국내에서 불법 도박사이트 23개를 운영한 혐의를 받는다. 이들이 운영한 도박사이트 입금액은 총 2조880억원에 달했다.
A씨 등은 각종 커뮤니티 구인 광고를 통해 "월 450만원 이상의 고수익을 보장한다"면서 국내와 필리핀 현지에서 20~30대 직원을 모집했다.
특히, 이 조직은 임원진 아래에 지원팀·운영팀·재무팀·영업팀 등을 둬 대기업과 유사한 체계를 갖추고 역할을 분담해 범행했고, 회장 직속인 자금운영팀은 도박 수익금을 인출해 환전·정산 후 분배하는 등 철저하게 자금을 관리했다.
이들은 경찰 수사가 시작되고 조직원들이 잇따라 검거되자 경찰 조사에 대비한 행동 요령까지 만든 것으로 확인됐다.
본사 측은 텔레그램을 통해 '경찰에서 모든 혐의를 부인하고 구성원 신상은 전혀 모른다고 진술하라'면서 조직원들에게 증거인멸을 지시했고, 구속되면 매월 300만원을 주겠다는 보상안도 제시했다.
경찰은 자금운영팀 조직원들을 체포하고 압수수색 하던 경찰은 A씨가 거주하면서 사무실처럼 사용한 서울 오피스텔에서 현금 20억원과 A씨 차량 내 가방에서 현금 30억원을 각각 발견해 압수했다.
또 이들의 인출 계좌를 지급정지한 뒤 잔액 78억원을 기소 전 몰수보전하고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도박사이트 접속 차단과 국세청 조세 탈루자 통보 조치를 했다.
경찰은 현재까지 소재가 확인되지 않은 나머지 국내외 조직원들을 추적 중이며, 필리핀 현지에 머무는 조직원들에 대해서는 체포영장, 인터폴 수배 등을 통해 강제 송환을 추진할 방침이다.
이보배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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