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섭 카이노스메드 대표(사진)는 9일 “HIV 치료제가 중국을 넘어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게 됐다”며 이렇게 말했다. 카이노스메드는 지난달 중국 장쑤아이디에 HIV 치료제 ‘KM-023’의 글로벌 판권 등을 이전했다. 해당 제품을 중국에 이미 출시한 장쑤아이디는 2025~2026년께 각국에 추가로 진출할 계획이다.
카이노스메드는 계약금 없이 최대 45%의 판매 로열티만 받는다. 일각에선 이 때문에 이번 계약의 의미를 평가절하했다. 회사 내부 분위기는 달랐다. 중국에서 ‘KM-023’을 출시해 계약관계가 끝날 줄 알았던 장쑤아이디가 글로벌 시장 진출이라는 ‘선물’을 들고 왔기 때문이다.
KM-023은 중국 허가를 받았기 때문에 다른 국가 허가는 무난할 것이라고 이 대표는 설명했다. 상업화 실패를 대비해 보험 들듯 ‘계약금’을 많이 받을 필요가 없다고 판단한 배경이다. 길리어드가 항바이러스제 타미플루 판권을 로슈에 넘길 때와 비슷하다.
주력 시장인 유럽은 허가 후 8년간 특허권을 보장해준다. 출시 후 오랜 기간 ‘독점적 지위’를 유지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 대표는 “장쑤아이디가 자체적으로 길리어드의 HIV 치료제와 비교 임상을 한 뒤 해외에서 시장성이 충분하다고 판단했다”며 “중국에선 내년부터 손익분기점을 넘길 것”이라고 했다.
2014년 KM-023의 중국 개발권을 가져간 장쑤아이디는 중국 대표 HIV 치료제 회사가 됐다. 다른 질환군을 모두 철수하고 HIV에만 매달릴 정도로 KM-023은 효자 제품이다.
장쑤아이디의 중국 매출 목표는 8000억원, 카이노스메드 로열티 수익을 단순 계산하면 연간 160억원이다. 유럽 점유율 목표치는 10%, 이때 카이노스메드가 챙길 수 있는 로열티는 연간 600억원을 넘는다.
파킨슨병 치료제 후보물질인 ‘KM-819’는 임상 2상 단계다. 내년께 기술수출 논의를 본격화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전망은 밝다. 스위스 제약사 로슈는 개발 중인 ‘디지털 바이오마커’ 기술 입증을 위해 KM-819를 활용하고 있다. 새 바이오마커 성능을 입증하려면 투입 전후 환자 상태가 달라지는 약물이 필요하다. KM-819가 적합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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