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굣길에는 360도 가상현실(VR)로 생생하게 펼쳐지는 찜질방과 만화카페에서 한국의 생활문화를 체험하고, 휘모리장단에 맞춰 리듬 게임을 해본다. 승부욕을 자극하는 방 탈춤 게임과 어휘 퍼즐 대국을 통해 한국어 실력을 겨룰 수도 있다. 때마침 야외 공연장에서 퓨전 음악 소리가 들려온다면 얼른 그곳으로 달려가 이 봄을 즐길 수도 있다. 이 모든 장면은 작년 시범 운영 당시, 세계 123개국에서 온 4600명이 넘는 방문자와 560여 명의 외국인 학생들이 가상과 현실이 만나는 메타버스 세종학당 캠퍼스에서 한국어와 한국문화를 즐겼던 모습이다.
학생들이 무엇보다도 으뜸으로 여긴 것은 수업 후 광장으로 달려간 일이란다. 가장 많은 아바타로 북적이는 곳이다. 거기서 한국인 도우미나 다른 문화권 학습자를 만나 서로의 문화와 경험을 자유롭게 소통하고 나눈다. 실제로는 멀리 있지만 아바타를 통해 가상의 한 공간에 모일 수 있다. 우리의 현실 세계가 확장되는 순간인데, 이쯤 되니 메타버스를 ‘확장 가상세계’라는 순화어로 내놓은 국립국어원의 혜안에 손뼉이 쳐진다.
이곳 메타버스 캠퍼스에서 외국인 학생들이 소통을 즐기고 있다는 말에 귀가 솔깃하다. 닐 스티븐슨의 <스노 크래시>가 세상에 나온 1992년의 메타버스는 인공지능(AI)이나 빅데이터, 클라우드 컴퓨팅, 3차원(3D) 그래픽, 증강현실(AR), 5세대(5G) 통신과 곧 등장할 6G 같은 미래 기술을 업고 가상 세계와 현실 세계가 연결된 오늘을 예측할 수 있었을까.
기술의 발전으로 인한 소통 방식의 진화는 현재 진행형이다. 한 통신사에서 홀로그램 국제회의가 있었다. 증강현실로 구현된 지금까지의 메타버스에서는 볼 수 없었던 최고의 색감도 보였단다. 머지않아 학습자들은 홀로그램 한국어 선생님들을 메타버스 한국어 교실에서 만날 것이다. 그리고 한층 진화된 소통과 상호작용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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