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거 맥주 신제품 ‘켈리’를 지난달 출시한 김인규 하이트진로 사장(사진)의 각오다. 이달 4일 만난 김 사장은 출시 한 달을 맞은 켈리의 성과를 설명하면서 맥주시장 1위 탈환 의지를 밝혔다.
하이트진로는 2012년 라이벌 오비맥주에 맥주 1위 자리를 내준 뒤 11년째 역전을 못 하고 있다. 김 사장이 공식 인터뷰에 나선 건 2011년 대표이사 취임 후 이번이 처음이다.
이는 출시 36일 만의 성과다. 기존 주력 제품 ‘테라’가 2019년 3월 첫선을 보인 지 39일 만에 판매량 100만 상자를 넘어선 것보다 빠른 속도다.
“테라와 켈리를 함께 판매하는 ‘듀얼 브랜드’ 전략이 주효했다”는 게 김 사장의 분석이다. 하이트진로의 지난달 전체 맥주 판매량은 444만 상자다.
전년 동월(348만 상자) 대비 27.6% 늘었다. 김 사장은 “켈리 출시 초기 일각에서 현실화 가능성을 제기했던 캐니벌라이제이션(새로 출시하는 상품 때문에 그 기업이 판매하는 다른 상품 판매량이 줄어드는 현상)도 없었다”고 말했다.
김 사장은 켈리의 인기 요인으로 차별화를 꼽았다. 김 사장은 “좋은 맥주 하면 청량감을 가장 먼저 떠올리지만, 켈리는 청량감에 부드러움까지 갖춘 맥주”라며 “트렌드를 주도하는 젊은 여성 소비자에게 인기가 많다”고 설명했다. 병 역시 갈색·초록색이 아니라 호박색으로 제작했다.
김 사장은 켈리 출시 이후 주황색 넥타이만 매고 다닌다. 주황색이 호박색과 비슷한 색상이기 때문이다
참이슬 판매량이 유지된 가운데 진로가 가세해 2022년에는 소주 판매량이 7780만 상자로 증가했다. 그는 2019년 테라 출시 이후 소주와 맥주가 함께 인기를 끌며 ‘테슬라(테라+참이슬)’ ‘테진아(테라+진로)’ 등의 별칭이 생겼던 걸 언급하며 켈리 역시 소맥 별칭이 생기길 기대했다.
다만 신제품 마케팅 비용으로 인해 당장 1분기부터 영업이익은 부진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하이트진로의 올 1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는 357억원이다. 전년 동기 대비 38.6% 적은 금액이다.
김 사장은 비용 부담을 감수하더라도 공격적인 마케팅을 이어갈 생각이다. 특히 외출과 야외행사가 많은 5~9월에 영업·마케팅을 더욱 공격적으로 펼칠 예정이다. 김 사장은 “적자를 낸 회사는 회복할 수 있지만, 매출과 시장점유율이 쪼그라드는 회사는 망할 수도 있다”며 “하이트진로가 맥주 1위를 탈환하기 위해선 더 공격적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미경 기자 capita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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