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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AI) 소프트웨어 기업 팔란티어테크놀로지가 미래 방위산업을 이끌 차세대 주자로 각광받고 있다. ‘반지의 제왕’에 등장한 ‘마법의 구슬’에서 사명을 딴 이 회사는 AI를 기반으로 세계 방산시장을 점령한다는 목표다. 특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팔란티어가 한 단계 진화하는 기회의 장이 됐다.
반등 기회 엿보는 팔란티어
8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에서 팔란티어는 전날보다 4.45% 상승한 7.74달러로 거래를 마감했다. 팔란티어는 이날 올 1분기 매출이 5억2500만달러를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18% 증가했다고 밝혔다. 실적 발표 후 시간외거래에서 팔란티어 주가는 9.40달러까지 치솟았다.팔란티어는 작년 4분기 순이익 3100만달러를 거둬 처음으로 분기 흑자를 기록하는 등 실적 상승세가 가파르다. 증권가에서는 올해 팔란티어가 순이익 4억5400만달러로 연간 기준 흑자 전환에 성공할 것으로 보고 있다. 팔란티어의 2025년 예상 매출은 작년보다 64% 증가한 31억2700만달러, 순이익은 7억2500만달러로 추정된다.
이 회사는 2004년 스탠퍼드대 로스쿨에 재학 중이던 알렉스 카프와 페이팔 창업자인 피터 틸이 함께 세운 회사다. 대테러 방지 등 정부 프로젝트를 수행하면서 성장했고, 현재 367곳의 정부 및 기업 고객을 확보하고 있다. 미국 정부의 든든한 후원이 안정적 수익의 기반이 되고 있고, 민간 부문에서의 시장 확대는 추가적인 성장동력이 될 전망이다.
전쟁에서 빛난 ‘고담’의 활약
팔란티어는 세 가지 주요 소프트웨어 플랫폼(파운드리, 고담, 아폴로)을 보유하고 있다. 가장 주목받는 것은 국방 분야에서 주로 사용되는 데이터 분석 플랫폼 고담이다. 만화 ‘배트맨’의 배경인 범죄 도시 고담에서 이름을 빌린 이 시스템은 원래 미국에서 테러, 마약 거래 등 범죄를 감시하는 용도로 쓰였다. 실시간으로 적군의 동태를 파악할 수 있고, 이상 상황이 발생하면 동원 가능한 무기와 군사시설 정보를 제공한다.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팔란티어에 새로운 기회의 장이 됐다. 작년 5월 알렉스 카프 팔란티어 최고경영자(CEO)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간 회담 이후 고담이 전쟁에 전격 투입됐기 때문이다. 고담은 상용 위성과 정찰 드론 등으로 수집한 정보를 분석해 적군 위치를 정확히 짚어냈다. 우크라이나는 이 정보를 바탕으로 러시아군을 정밀 타격했다. 이코노미스트는 “다윗(우크라이나)과 골리앗(러시아)의 싸움에서 다윗의 ‘돌팔매’ 역할을 한 것이 팔란티어 AI 시스템”이라고 평가했다. 카프 CEO는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군 공격의 대부분을 팔란티어 AI 시스템이 책임지고 있다”고 말했다.
“모든 장갑차에 팔란티어 OS 장착”
군사 전문가들은 팔란티어가 우크라이나 전쟁을 통해 쌓은 실전 데이터를 기반으로 군사용 AI 시스템을 한 단계 더 진화시킬 것으로 보고 있다. 팔란티어는 이를 통해 세계 방산시장의 운영체제(OS)를 장악하려는 야심찬 목표를 갖고 있다. 정보기술(IT)업계 관계자는 “팔란티어의 계획이 성공할 경우 팔란티어 OS를 장착하지 않은 무기는 시장의 외면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며 “윈도가 탑재되지 않은 노트북을 아무도 쓰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말했다.팔란티어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주춧돌 삼아 광폭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최근에는 미국 국무부와 외교관의 건강을 모니터링하는 ‘액시엄’이라는 소프트웨어 판매 계약을 체결했다. 이 소프트웨어에 미국 정부가 지불한 돈은 최대 9960만달러(약 1316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군사작전용 AI 플랫폼 AIP도 출시했다. AIP는 ‘챗GPT’처럼 대규모 언어모델(LLM)을 장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팔란티어의 시스템이 군사작전 지휘 능력을 갖춘 모델로 진화하고 있다는 의미다.
이지훈 기자/실리콘밸리=서기열 특파원 liz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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