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엔터테인먼트 경영권 분쟁처럼 극적이진 않았지만 올해 오스템임플란트 인수합병(M&A)도 한 편의 드라마 같았다. 작년 초 2215억원 규모의 직원 횡령 사건이 터진 뒤 행동주의 펀드가 깃발을 드높인 시점이었다. 사모펀드(PEF) 연합이 전격적으로 등장하면서 지배구조가 바뀌었다. 공개매수를 통해 창업주인 대주주와 소액주주 지분을 동등한 가격에 사주면서 자진 상장폐지를 눈앞에 두고 있다.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버린 M&A였다.
자본시장 교과서에 나올 만한 딜을 주도한 건 한국 간판 PEF들이다. 명실상부 국내 1위 MBK파트너스와 차세대 주자로 부상하는 UCK파트너스(옛 유니슨캐피탈)다. UCK는 ‘은둔의 경영자’ 최규옥 오스템임플란트 회장을 설득하는 데 성공했고, MBK는 막강한 자금력으로 공개매수를 뒷받침했다. 인수금액은 2조6000억원. 자금 조달 과정에서 기관투자가(LP)들이 서로 돈을 대겠다고 줄을 설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힘의 균형을 걱정하는 시선도 있다. 양측은 2조6000억원의 인수자금 중 1조4200억원을 반반씩 책임지기로 했다. 하지만 UCK 몫의 프로젝트 펀드를 MBK와 공동으로 운영하게 되면서 MBK의 투자금액은 9650억원, UCK의 투자액은 4550억원이 됐다. 외견상 MBK가 최대 투자자가 되면서 동업의 균형이 깨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사소한 얘기지만 UCK-MBK 컨소시엄, MBK-UCK 컨소시엄 등 명칭을 놓고 예민해 하는 분위기도 있다.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 오비맥주가 꼽힌다.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와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는 2009년 오비맥주를 2조3000억원에 인수했다가 5년 뒤 AB인베브에 6조2000억원에 매각했다. KKR과 어피너티는 시작부터 역할을 분명하게 분담했다. KKR은 인수 당시 자금 조달 역할을 주로 담당했고, 회사 경영은 한국 시장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어피너티가 주로 맡았다. 박영택 전 어피너티 회장이나 이철주 회장 등 한국 시장에서 잔뼈가 굵은 인물들이 대거 회사 경영에 투입돼 급격한 실적 개선을 이끌었다.
반면 딜라이브(옛 C&M)가 대표적 실패 사례로 거론된다. 2008년 MBK와 맥쿼리가 2조3000억원에 인수했지만 인수금융에 대한 기한이익상실(EOD)이 발생하면서 채권단에 경영권을 넘겨줬다. 지분 가치가 ‘0’원이 되는 굴욕을 맛보기도 했다. KKR-어피너티와 달리 이들은 인수 경쟁을 하다가 힘을 합친 사이다. 서로 주도권을 포기하지 않고 대립하다가 최악의 사태를 맞았다는 지적이다.
시장을 깜짝 놀라게 했던 오스템임플란트 공개매수 M&A 기대는 그 어느 때보다 높다. 한국을 대표하는 간판 PEF들이 성공적인 협업으로 유례 없는 글로벌 성장 스토리를 썼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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