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국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60억원 코인 투자’와 관련된 논란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9일 김 의원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고개를 숙였지만, 논란의 핵심인 위믹스 코인 최초 취득 경위는 공개하지 않고 있어서다. 일부 해명은 사실관계와 맞지 않는 것으로 드러나면서 민주당 내에서도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친명(친이재명)계가 김 의원을 비호하고 나서면서 당내 계파 갈등으로까지 번지는 분위기다.
‘코인 논란’ 놓고 갈라진 민주
김 의원은 이날 “억울한 마음에 소명에만 집중하다 보니 책임 있는 자세를 보이지 못했다”며 수억원대 코인 보유 논란에 대해 사과했다. 지난 5일 논란이 처음 불거진 지 나흘 만이다. 김 의원이 꼬리를 내린 건 민주당 내 비명(비이재명)계 의원들 중심으로 그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기 때문이다. 송갑석 최고위원은 “탈법과 불법이 없었다고 당당할 일이 아니다”며 “대선을 앞둔 시점에 뒤에서 수십억원에 달하는 코인 거래를 하고 있었다는 사실이 문제가 없는 행동이라고 생각하느냐”고 했다. 이상민 의원은 “국회의원을 하면서 ‘투잡’을 했다”고 비판했다.
친명계 의원들은 김 의원을 두둔하고 나섰다. 김 의원과 함께 ‘처럼회’ 소속인 김용민 의원은 “(민주당은) 서민도 누구나 부유해질 수 있는 나라를 만드는 정당”이라고 했다. 장경태 의원도 “코인은 정식 자산 아니냐”며 “개인이 가지고 있다고 해서 문제라고 하냐”고 했다. 이에 민주당의 한 수도권 의원은 “‘제2의 조국 사태’에 버금갈 정도로 중대한 사안인데 너무 안일하다”고 했다.
‘거짓 해명’ 논란 키우는 金
이런 가운데 김 의원은 암호화폐거래소 빗썸을 통해 위믹스 코인을 처음 확보한 것으로 드러났다. 다른 거래소인 업비트를 통해 확보했다는 당초 김 의원의 해명과 상충한다. 이에 따라 “2021년 1월 LG디스플레이 주식을 매도해 확보한 9억원으로 업비트를 통해 암호화폐 투자를 했다”는 설명도 사실과 다를 가능성이 높아졌다. 김 의원은 세 차례에 걸쳐 ‘키움증권→K뱅크→업비트’로 LG디스플레이 주식 매매 대금을 보냈다고 밝힌 바 있다.
암호화폐 전문가들의 분석에 따르면 김 의원은 업비트 이전에 빗썸을 통해 위믹스를 보유했고, 이 코인 중 일부가 업비트로 보내진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김 의원은 어떤 거래소를 통해, 언제 위믹스 코인을 어떤 경위로 취득했는지 밝히지 않고 있다. 빗썸과 연계돼 있는 농협은행 계좌 내역도 공개하지 않았다. 해당 계좌의 예금은 지난 1년 새 10억원가량 늘어나 자금 출처를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암호화폐업계 관계자는 “김 의원이 누군가로부터 대량의 위믹스를 송금받았거나 이전부터 보유하고 있던 다른 코인을 매각한 돈으로 위믹스를 취득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했다. 이용우 의원은 김 의원 해명에 대해 “아귀가 안 맞는 부분이 있다”고 지적했다.
與 “金, 서민 코스프레”
국민의힘은 김 의원을 향해 ‘서민 코스프레’라며 공세를 이어갔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김 의원의) 위선에 국민들이 아연실색하고 있다”고 했다. 이철규 사무총장도 “서민의 탈을 쓴 위선 정치인”이라고 비판했다. 권성동 의원은 페이스북에 “국민의 공분은 서민 코스프레와 60억원의 괴리에서 비롯됐다”며 “연기 말고 정치를 하자”고 적었다.
한재영/전범진/양길성 기자 jy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