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거 돼지 사료야. 먹어봤어?" 지난 3월 MBC 예능 '나혼자산다'에 나온 한 제품이 시청자들의 눈길을 끌었다. 박나래가 자신의 가방에서 꺼내 동료들에게 이 제품을 나눠주는 장면이다. 한 움큼 집어먹고 맛을 음미하던 이장우는 "진짜 맛있다"며 봉지째로 입에 털어넣었다.
제품은 모자이크 처리됐지만 방송 노출 이후 포털사이트 시리얼 검색어 순위 1위에 올랐다. 이 제품은 오리온에서 출시한 신제품 '다이제 그래놀라'였다. 방송 직후 관심이 쏠리며 곳곳에서 품절 사태를 빚는 등 지난달 한 달간 47만개 팔리며 월간 최대 판매량을 기록했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대중적으로 친숙한 콘플레이크를 이미 그래놀라(뮤즐리 포함)가 시장 규모에서 넘어섰다. 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지난해 그래놀라 시장 규모는 1171억원으로 추정된다. 2018년 512억원이었던 판매액은 2021년 처음 연간 1000억원을 넘어 콘플레이크를 앞질렀다. 2021년 기준 그래놀라 시장 규모는 1034억원, 콘플레이크는 857억원이었다.
성장세 격차도 크다. 4년 동안 콘플레이크 시장은 7.6%가량 성장한데 비해 그래놀라 매출액은 2배 이상 성장했다.
건강에 관심을 갖는 소비자들이 늘면서 그래놀라 제품 인기도 덩달아 높아지는 것으로 파악된다. 아침식사로 그래놀라를 먹는다는 신모 씨(28)는 "시리얼보다 건강하고 씹는 맛이 좋아서 아침에 챙겨 먹곤 한다"며 "요즘에는 종류가 다양해져 고르는 재미도 생겼다"고 말했다.
국내 시리얼 시장은 동서식품(포스트), 농심켈로그에 새로운 강자 오리온이 경쟁하고 있다.
시장 1위 동서식품 포스트 그래놀라는 매년 두 자릿수 성장률을 이어가고 있다. '포스트 그래놀라' 매출은 2020년에 전년 대비 33% 늘어난 340억원, 2021년에는 다시 23% 증가한 419억원으로 집계됐다.
농심켈로그 시리얼 제품군에서는 그래놀라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 1분기에도 판매 순위 상위권에 올랐다. 오리온은 2018년 뒤늦게 시리얼 시장에 뛰어들었다. 콘플레이크 없이 그래놀라 제품으로만 선보이고 있다. '마켓오네이처 오!그래놀라' 시리즈는 초코 고래밥, 현미 아몬드, 다이제 등이 인기를 끌더니 4년 만에 매출이 3배 이상 성장해 지난해는 130억원 규모로 급증했다.
생산량도 늘렸다. 오리온 관계자는 "급증하는 수요를 맞추기 위해 경남 밀양의 공장을 풀가동해 생산량을 늘리고 있다"며 "차별화된 맛을 위해 넛츠초콜릿, 허니오트 등 신제품 라인업을 꾸준히 확대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시리얼 시장에 나오는 신제품은 대부분 그래놀라 제품이다. 농심켈로그는 지난 3월 그래놀라 신제품을 출시했고 국내 최초로 브랜(밀기울)으로 만든 푸레이크와 오트 그래놀라, 3가지 블랙 통곡물을 넣었다. 오리온 역시 그래놀라 바 3종에 이어 '오!그래놀라 단백질 넛츠초콜릿' '오!그래놀라팝 허니오트' 등 신제품으로 라인업을 확대하고 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최근 탄수화물을 줄이고 견과류를 많이 먹어야 한다는 인식이 건강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며 "영양성분을 꼼꼼하게 따지는 소비자들이 늘면서 그래놀라가 콘플레이크보다 주목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현주 한경닷컴 기자 wondering_h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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