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면 북한은 워싱턴 선언의 실효적 위력을 절감한 듯 초조한 기색을 비쳤다. 한·미 정상을 원색적으로 비난하고 “비싼 대가를 치를 것”이라 협박하고, 그리고 “핵전쟁 책동” “대북 적대 정책의 집약적 산물”이라고 워싱턴 선언을 폄훼한 게 그 초조함의 방증이다. 특히 비난과 폄훼의 이면에는 선언의 실효적 위력과 담보력 때문에 주민의 희생과 맞바꾼 핵·미사일이 행여나 무력화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도 읽힌다.
이번 방미로 한·미 동맹이 다변화하고 질적 향상의 토대를 마련했다는 점도 성과다. 군사동맹을 넘어 첨단기술, 경제 안보, 사이버 안보 동맹으로 발전한 점과 기후 위기 및 에너지 안보 위기 극복 등으로 다변화한 점이 눈에 띈다. 특히 디지털 분야 연구개발 관련 협력은 동맹의 질적 향상을 도모한 것으로 평가된다. 물론 한국이 핵확산금지조약(NPT) 의무 이행 약속을 재확인한 것은 더 높은 수준의 확장억제 가능성을 차단했다는 점에서 못내 아쉬운 대목이다.
윤 대통령은 미국 상·하원 합동 의회 연설에서 “70년 전 대한민국의 자유를 위해 맺어진 한·미 동맹은 이제 세계와 자유의 평화를 지키는 글로벌 동맹으로 발전”했고, “대한민국은 미국과 함께 세계 시민의 자유를 지키고 확장하는 ‘자유의 나침반’ 역할을 해나갈 것”임을 강조했다. 이는 한·미 동맹이 ‘자유에 기반한 미래지향적 가치동맹’으로 한 단계 격상됐다는 의미다. 우리가 자유를 소중히 여기는 까닭은 자유만이 민주, 평등, 인권, 정의, 법치 등의 보편적 가치를 잘 실현할 수 있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미 정상은 한·미 동맹이 자유를 수호하는 가치동맹이라는 점에 동의했고, 한·미가 ‘자유의 나침반 역할’로 더 나은 미래 세계를 구현하자는 데 동감했다. 특히 최근 동북아시아에서 전체주의 체제가 힘을 앞세우는 등 현상 변경 위협 수위가 높아지는 현실에서 자유를 지켜내는 것은 험난하지만 풀어야 할 당면 과제다.
그러나 국빈 방문에서 이룬 성과가 보수·진보 양쪽으로부터 공격받는 양상이다. 당장 보수는 더 높은 수준의 확장억제 방책에는 미치지 못한 결과라고 불만이다. 반면 야당은 ‘빈손을 넘어 대국민 사기극’이라고 폄하 프레임을 구축하면서 국민을 선동하고 있다. 하찮은 말실수와 가짜 뉴스가 폄하 프레임 구축의 좋은 도구다. 불만과 폄하 프레임이 작동하면 좋은 성과는 퇴색할 수밖에 없다. 정부는 정직함과 진지함으로 국민을 설득해 신뢰의 디딤돌을 쌓아야만 한다. 그래야 외교적 성과를 국내 개혁의 동력으로 활용할 기반이 마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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