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위원 뒤바뀐 당락…운용사 "취소소송 걸겠다" 수습 진땀

입력 2023-05-10 21:11   수정 2023-05-11 11:10

한 자산운용사가 올 3월 유가증권시장 상장사인 KISCO홀딩스 주주총회에서 국민연금으로부터 위임받지 않은 의결권을 제출한 것으로 드러났다. 운용사의 실수를 회사의 주총 담당자도 걸러내지 못하면서, 결국 감사위원 당락이 뒤바뀐 것이다. 운용사 측은 실수를 인정하고 수습에 나선 상태다.

1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KISCO홀딩스는 지난 3월 24일 주주총회를 열고 김월기 씨를 비롯한 3명을 감사위원으로 선임했다. 당시 김 씨가 받은 표는 322만6758표로, 소액주주 연대가 추천했던 또 다른 감사위원 후보 심혜섭 변호사보다 2만3696표를 더 받아 감사위원에 선출됐다.

하지만 이 같은 감사 선출 결과는 일부에서 반발을 샀다. KISCO홀딩스 주주연대 등을 중심으로 '김 씨가 받은 표 중 이스트스프링자산운용이 던진 2만4507표가 무효'라는 주장이 제기되면서다.

주주연대와 심 변호사 측에 따르면 이스트스프링운용은 국민연금으로부터 일임받은 자금으로 운용하는 자사 펀드 '액티브퀀트펀드'에 편입된 KISCO홀딩스 주식(2만4507주)으로 표를 행사했다. 하지만 이는 국민연금으로부터 의결권을 위임받지 않은 물량이었다.

심 변호사는 "위탁운용사가 국민연금의 의결권을 행사하려면 '소유자는 국민연금인데 위탁운용사가 대리해서 행사한다'는 점을 위임장에 표시해야 한다. 하지만 이스트스프링자산운용은 주식이 자기의 소유인 것처럼 의결권을 행사했다"며 "고 주장했다.

만약 이스트스프링운용이 행사한 표가 무효표로 인정될 경우 심 변호사는 김 씨보다 800여표를 더 득표한 게 된다.

이스트스프링운용 측은 의결권 행사 과정에서 발생한 실수를 인정하면서도 고의성에 대해서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실수를 바로잡기 위해 적극적인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이 운용사 한 관계자는 "KISCO홀딩스와 어떤 관계도 없다"며 "의사를 제출하는 과정에서 직원이 의결권 행사가 가능한 펀드 보유분 833주뿐 아니라, 일임 계좌에 속한 2만4507까지 포함시켜 총 2만5340주가 착오로 자료에 기재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자사 착오에서 비롯된 일인 만큼 이를 바로잡기 위한 취지에서 우리 측에서 먼저 주총 결의 취소의 소를 제기하기로 했다"며 "상황을 봐야겠지만 이르면 다음 주쯤 제기할 계획"이라고 했다.

상법에 따르면 총회의 소집절차 또는 결의방법이 법령 또는 정관에 위반하거나 현저하게 불공정한 때, '주주총회 결의취소의 소'를 제기할 수 있다. 주총 결의 취소의 소는 결의일로부터 2개월 내 제기해야 하며, 제소권한은 주주, 이사, 감사에 있다.

시장에선 운용사뿐 아니라 사측 과실도 적지 않다고 보고 있다. 이스트스프링운용이 주총에 일임분에 대한 의결권 위임장을 제출하지 않았는데도 회사의 주총 운영 담당자가 해당분을 집계에 산입했기 때문이다.

심 변호사는 "운용사가 착오를 범했더라도 기업 주총 담당자가 표결 집계 시 이 부분을 발견했더라도 이런 불상사는 안 났을 것"이라며 "사실상 주총 결의 취소의 소가 제기돼서 결국 감사 선출이 무효가 됐다고 하더라도 재경기는 불가피한 상황이다. 잘못이 뚜렷한 상황인데 어느 누가 재경기를 하고 싶겠나"라고 말했다.

덧붙여 "KISCO홀딩스 측에는 '사실상 내가 사외이사이나 감사위원의 지위에 있다'고 통지했다"고 했다. 현재까지 KISCO홀딩스는 주총 수정 결의를 알리는 정정공시를 내지 않고 있다.

신민경 한경닷컴 기자 radi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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