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학년 때는 일찍 오면 반에 혼자 있었는데, 지금은 도서관에서 선생님이랑 같이 있어서 좋아요.”
지난 2일 오전 8시경 찾은 대전 중구 보성초 도서관. 2학년 신소헌 양이 자원봉사자인 이은순 담당돌봄교사 옆에 앉아 그림책을 읽고 있었다. 이 교사는 “작년까지만 해도 이른 아침 부모님 출근길을 따라 나선 아이들이 아무도 없는 교실에 있어야 해 위험했지만, 지금은 맞벌이 부모가 안심하고 아이를 맡길 곳이 생겨 반응이 좋다”고 말했다.
늘봄학교가 시범 운영을 시작한 지 두 달을 맞았다. ‘늘 봄처럼 따뜻한 학교’라는 뜻의 늘봄학교는 초등학생에게 정규 수업 외 공백 시간에 교육과 돌봄을 제공하는 정책이다. 아침 돌봄과 방과후 돌봄, 초등학교 1학년 대상 새봄교실 등이 포함돼 있다.
지난 3월부터 5개 시도교육청(대전·인천·경기·전남·경북) 소속 214개 학교에서 시범운영되고 있다. 교육부는 오는 2025년까지 늘봄학교를 전국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그 중에서도 이날 기자단이 방문한 대전 중구 보성초와 서구 원앙초는 모범 사례로 꼽힌다. 같은날 오후 원앙초에서도 방과후수업이 한창이었다.
특히 올해 새로 개설된 골프 수업이 인기다. 강당에 모인 1~2학년 학생들은 전직 프로 골퍼 선생님의 지도에 따라 어프로치와 스윙을 배우고 있었다.
이밖에도 원앙초는 기타·우쿨렐레, 방송댄스, 인공지능(AI) 등 28개의 방과후 수업을 운영하고 있다. 전교생 308명 중 215명(69.8%)가 수강 중이다. 1·3학년 두 자녀를 둔 학부모 최현정씨는 “첫째는 미술, 한자, 스포츠클럽 3개를 듣고 둘째는 새봄교실을 듣는다”며 “믿고 맡길 곳이 있어 감사하다”고 말했다.
대전교육청은 방과후 돌봄의 범위를 지역사회로 넓히고 있다. 서구 내동작은나무마을 어린이도서관이 대표적이다. 이 도서관은 학기 중에는 오후 2시부터 8시까지, 방학 중에는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초등학생들에게 돌봄 서비스를 제공한다. 놀이기구와 책을 활용한 체험학습도 진행한다.
돌봄 서비스 확대가 교원들의 업무 부담을 늘린다는 우려도 반영했다. 대전교육청은 성천초에 방과후학교·돌봄지원센터를 설치해 회계 등 행정업무를 지원한다. 김용옥 장학관은 “교사가 정규 수업 과정에 집중할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학교 현장에서는 늘봄학교 운영을 위한 가장 시급한 과제로 충분한 인력 수급을 꼽았다. 장상윤 차관은 이날 원앙초에서 간담회를 열고 “돌봄 인력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 방안을 고민하고 관련 예산을 미리 준비해 전국 단위 운영에 차질이 없게 하겠다”고 강조했다.
대전=이혜인 기자 hey@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