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한 바이오엔텍이 미국 의료진과 손잡고 췌장암 치료 백신 개발의 실마리를 찾았다. 췌장암은 진단과 치료가 어려워 환자 10명 가운데 8명이 발병 후 5년 안에 사망하는 무서운 질병이다.
뉴욕타임스는 10일(현지시간) 학술지 네이처를 인용해 뉴욕 메모리얼 슬로언 케터링(Memorial Sloan Kettering) 암센터에서 개발한 유전자 맞춤형 메신저리보핵산(mRNA) 백신을 췌장암 환자에게 투여한 결과, 환자의 암 재발율이 절반으로 줄어들었다고 전했다.
mRNA백신은 환자의 절반에서 면역 반응을 일으켰으며, 이 환자들은 연구 기간 동안 암이 재발하지 않았다. 실험에서 백신에 반응하지 않는 것으로 보이는 환자의 경우 수술 후 약 13개월 후에 암이 재발했으나, 반응을 보인 환자들은 추적 관찰한 약 18개월 동안 재발 징후를 보이지 않았다. 일반적으로 췌장암은 수술이 어렵고 재발률이 매우 높다. 췌장암 진단을 받은 환자의 5년 상대생존율은 13.9%로 전체 암 생존율 70.7%의 5분의 1에 불과하다.
이번 실험에 사용된 백신 개발은 화이자의 파트너사로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한 독일 바이오엔텍이 맡았다. 미국 환자들의 종양을 추출한 샘플을 독일로 보내면 바이오엔택이 암세포 표면의 특정 단백질의 유전적 구성을 분석해 백신을 만들었다. 유전자 데이터를 사용해 각 환자의 면역 체계가 종양을 공격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다만 이번 실험은 광범위한 신약 임상시험은 아니고 16명을 대상으로 한 초기 연구 수준이다. 화학 적 항암치료를 병행했기 때문에 다른 요인 때문에 암의 재발 비율이 영향을 받았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환자들은 종양 제거 후 약 9주 후 정맥 주사로 백신을 투여받기 시작했다.
그러나 업계에선 이번 실험이 췌장암 정복에 중요한 이정표를 세웠다고 평가한다. 텍사스대 MD앤더슨 암센터 아니르반 마이트라 박사는 “이번 연구는 췌장암에 대한 mRNA 백신의 첫 번째 성공 사례”라고 평가했다.
전이된 암에도 효과가 있을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됐다. 한 환자는 간에서 비정상적인 성장이 발생한 후 백신에 의해 활성화된 면역 반응이 나온 뒤 나중에 영상 검사에서 성장이 사라졌다. 마운트 사이나이 아이칸 의과대학에서 암 백신을 연구하는 니나 바르드와즈 박사는 "백신이 다른 종양 부위에 침투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데이터"라고 말했다.
바이오엔택은 맞춤형 암 백신 제조 기간을 4주 안으로 단축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비용 또한 10만달러 선으로 낮출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바이오엔텍과 함께 췌장암 백신을 개발한 제넨텍의 아이라 멜먼(Ira Mellman) 부사장은 "30년 동안의 실패 끝에 암 백신이 실제로 효과가 있다는 것을 증명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