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학교 칠판에 "눈사람 만들래?"…'겨울왕국'으로 영어 수업

입력 2023-05-11 13:31   수정 2023-05-11 13:32


북한이 학교에서 디즈니 애니메이션 '겨울왕국'을 활용해 영어를 가르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의 북한 전문매체 NK뉴스는 10일(현지시간) 북한 학교에서 디즈니 애니메이션으로 영어 회화를 가르치고 있다고 보도했다.

매체는 지난주 조선중앙TV가 방영한 다큐멘터리에서 평양에 있는 엘리트 학교 '세거리초급중학교' 학생들이 디즈니 '겨울왕국'을 한글 자막과 함께 시청하는 장면이 나온다고 전했다.

교실 속 칠판에는 '겨울왕국'에 나오는 대사인 "Do you wanna build a snowman?(눈사람 만들래?)"가 적혀 있다.

다큐멘터리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독려로 영어 수업 방식이 바뀌었다고 설명했다. 다큐멘터리에서 소개된 한 북한 교사는 문법 중심에서 회화 중심으로 수업을 바꾼 뒤 학생들이 수업에 더 흥미를 갖게 됐다고 말했다.

서구의 사상과 문화가 유입되는 걸 경계하던 북한 학교에서 미국 애니메이션을 보조재로 사용하는 등 정책에 대치되는 방식을 택한 것. 다만 NK뉴스는 검열을 거쳐 영화를 편집했거나 특정 장면만 교육 목적으로 사용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이 사례만으로 북한이 해외 미디어 규제를 완화했다고 보긴 어렵다고 분석했다.

북한은 2020년 '반동사상문화배격법'을 제정해 외국의 영화나 방송, 음악 등을 엄격하게 차단하고 있다.

그러나 올해 초 북한 국영 방송을 통해 한 아동 병원의 복도를 '백설공주와 일곱 난쟁이' 그림으로 꾸민 장면이 공개됐고, 지난해에는 네덜란드 미피 캐릭터를 이용한 어린이 그림책이 발간됐다. 2016년에는 북한 정부가 운영하는 시장 가판대에 '니모를 찾아서', '미녀와 야수' 등의 DVD가 판매되는 모습이 포착됐다.

2012년 김정은 위원장이 참석한 공연에는 '미키마우스'와 '곰돌이 푸' 캐릭터의 의상을 입은 무용수들이 나왔는데, 당시 미국은 "지식재산권을 침해하면 안 된다"며 북한에 경고를 보내기도 했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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