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0억으로 118조 광산 확보?…20% 뛴 금양에 무슨 일이

입력 2023-05-11 16:16   수정 2023-05-11 18:22

'배터리 아저씨' 박순혁 이사가 소속된 금양이 10일 몽골 광산개발 회사 투자계획을 공시했다. 향후 한달 내 광산 개발권을 갖고 있는 회사의 지분 60%를 6000만달러(793억원)에 인수하는 업무협약(MOU) 계약을 체결한 게 핵심이다.

해당 공시에 금양 주가는 가파르게 상승했다. 업계에선 자사주 매각을 앞두고 호재 공시로 주가 부양에 나선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박 이사는 본지와의 인터뷰, 다수의 유튜브 등을 통해 "자사주 매각을 통해 투자금을 확보할 것"이라고 말해왔다. 회사의 이례적인 움직임에 투자에 주의가 필요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기대 가치 118조원"…장중 20% 넘게 뛰어
금양은 몽골 엘스테이 광산의 개발권을 소유한 몽라(Monlaa)사의 지분 60%를 6000만달러(793억원)에 인수하는 MOU 계약을 체결했다고 이날 공시했다.

회사 측에 따르면 이 광산의 가치는 무려 118조원에 달한다. 금양 관계자는 몽골의 광물탐사 전문회사 리아피슬라주르 에르데네(Lyapislazur Erdene LLC)를 인용해 "해당 광산에 리튬금속 기준 36만t(70조원), 텅스텐 65만t(22조원), 몰리브덴 20만t(12조원), 철 3300만t(9조원), 아연 200만t(6조원) 등 총 118조원 가치의 광물이 매장돼 있다"고 밝혔다.

공시에서 밝힌 경영 성과도 낙관적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금양은 향후 3년간 예상 영업익이 2024년 1600억원, 2025년 1872억원, 2026년 1872억원 등 총 5344억원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광산 현지답사도 마쳤다고 했다. 공시에 따르면 금양은 올해 1월부터 현재까지 총 4회에 걸쳐 현지답사를 실시했다. 회사 측은 "본 계약 체결 시 설비 재정비 후 텅스텐 등 허가받은 광산 채굴을 연내에 시작할 것"이라며 "리튬에 대해서도 추후 개발 허가를 취득하고, 내년 초부터 채굴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투자자들은 환호했다. 11일 금양 18.12% 오른 6만7800원에 거래를 마쳤다. 거래량은 549만3080주를 기록, 전거래일보다 7배 넘게 뛰었다.
"자사주 매각" 공공연히 밝혀왔는데…
이번 공시에 대한 시선이 곱지 않은 이유는 금양이 자사주 매각을 앞두고 있어서다. 금양은 12일 모건스탠리캐피탈인터내셔널(MSCI) 반기 리뷰 후 MSCI 지수 편입이 유력하게 점쳐진다. 통상 MSCI 지수 편입은 패시브 수급(기관 자금) 유입 등으로 이어지며 주가 상승 요인이 된다. 자사주 매각을 앞둔 회사가 MSCI코리아 지수 편입과 동시에 유망해 보이는 장래사업을 밝힌 셈이다.

박 이사는 그동안 다수의 유튜브 등을 통해 투자금을 확보하고 공매도에 대비하기 위해 자사주를 매각하겠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난달 본지와 인터뷰에서도 "해외 광산 등에 투자금을 마련할 일이 있다"며 "자사주 200만주를 팔 것"이라고 말했다.

공매도에 대비해 "금양 주가를 내릴 필요가 있다"고도 했다. 그는 "5월 12일 오전 금양이 MSCI 코리아 지수에 편입되면, 패시브 수급이 들어오면서 주가가 오를 것"이라며 "이러면 6월 4일 예정된 코스피200 편입 후 공매도 표적이 될 우려가 있기에, 자사주 매각으로 주가를 누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런 발언들을 근거로 금양은 거래소로부터 불성실공시 법인 지정을 받기도 했다.

이번 달 자사주 매각이 단행될 가능성도 열려있다. 금양은 자사주 230만주 중 200만주를 처분하겠다는 공시를 하면서, 처분 대상 주식의 가격과 처분 기간을 밝히지 않았다. 호재성 공시 후 자사주 매각을 할 경우 의도적으로 주가를 부양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받을 수 있다.

투자은행(IB)업계는 자사주 매각을 통한 투자금 조달은 이례적이라고 지적했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생산시설 증설을 위한 자금 조달은 통상 전환사채(CB), 교환사채(EB) 등을 통해 확보한다"며 "자사주 매각은 일반적인 자금 조달 수단은 아니다"고 꼬집었다.
배터리 아저씨 "사업과 주가 무관…주가로 장난 안 친다"

박 이사는 이날 이 같은 지적에 대해 "회사 사업과 주가는 무관하다"고 답했다. 그는 "거래 상대방이 있는데 금양 주가가 이러하니 계약을 늦춰달라, 당겨달라 이야기할 수는 없는 것 아닌가"라며 "(금양은) 주가로 장난치는 회사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번 몽골 광산 지분 인수가 중국 업체들과의 치열한 경쟁을 이겨낸 결과물이라고도 했다. 그는 "당초 몽골 광산개발사가 중국과 같이 하려던 사업을 금양이 어렵게 갖고 온 것"이라고 했다. 또 "대한민국 2차전지 산업계가 리튬이 부족해서 난리인데, 이를 확보했으니 금양이 칭찬을 받아야 일"이라고 덧붙였다.

상장사 공시를 관리·감독하는 한국거래소와 금융감독원은 이번 금양의 공시에 대해 별다른 입장을 내지 않았다. 거래소 관계자는 "금양 공시를 주시 중"이라면서도 "개별 상장사가 제출한 증권신고서 속 내용의 진위를 확인하는 절차는 없다"고 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2차전지 등 이상 과열 현상을 주시하는 중"이라고 원론적인 입장을 냈다. 이어 "이복현 금감원장이 밝힌 대로 2차전지 테마주를 중심으로 불공정거래 혐의 종목을 주시 중"이라고 밝혔다.
배성재 기자 shi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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