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스 버디~!”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 우리금융 챔피언십 1라운드가 열린 11일 낮 12시께. 경기 여주시 페럼클럽 1번홀(파4) 그린에서 함성이 터져나왔다.
서브 스폰서인 우리금융이 주최하는 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3년7개월 만에 한국 무대에 선 ‘월드 클래스’ 임성재(25)가 모습을 드러내서다. 그가 첫 홀에서 버디를 잡아내자 홀을 둘러싸고 있던 1000여 명의 갤러리가 열광적인 응원으로 화답했다.
우리금융 챔피언십은 ‘임성재 효과’를 톡톡히 누렸다. 평일인데도 역대 최다 갤러리가 몰렸다.
KPGA에 따르면 이날 하루에만 총 1834명이 대회장을 찾았다. KPGA 단독 주관 대회 가운데 1라운드 갤러리 수로는 역대 최고 기록이다. 갤러리 사이에서는 “여느 대회 최종라운드보다 사람이 더 많은 것 같다”는 감탄이 이어졌다. 강원 원주에서 왔다는 김민지 씨(37)는 “평소 임성재의 PGA투어 경기를 꼬박꼬박 챙겨볼 정도로 팬이라 그의 경기를 직관하려고 오늘 휴가를 냈다”며 “중계 화면으로만 보던 그의 스윙을 직접 보니 감격스럽다”고 말했다. 서울 마포에서 왔다는 차정호 씨(50)는 “임성재의 송곳 아이언을 보러 아침부터 아내와 서둘러 움직였다”며 “월드클래스 스타의 경기에 정찬민, 박상현의 경기를 한 번에 볼 수 있어 즐겁다”고 말했다.
임성재는 한국 남자골프의 ‘간판’이다. 현재 세계랭킹 18위로, 한국 선수 가운데 가장 높은 순위에 올라 있다. 미국프로골프(PGA)투어에서 2승을 기록한 그는 올 시즌 들어 7번 톱10에 들며 꾸준한 경기력을 선보이고 있다. 지난주 막을 내린 PGA투어 웰스파고 챔피언십에서 나흘 내내 우승 경쟁을 치렀고, 공동 8위로 대회를 마치며 3개 대회 연속 톱10을 기록하는 성과를 올리기도 했다.
이번 대회는 임성재가 2019년 10월 제네시스 챔피언십 이후 처음 나서는 한국 무대다. 지난해 이 대회에 출전하려 했지만 대회 개막 직전에 코로나19 양성반응이 나와 출전하지 못했다.
이날 임성재는 정찬민(24), 박상현(38)과 같은 조로 경기를 펼쳐 팬들을 더욱 즐겁게 했다. 정찬민은 직전 대회인 매경오픈에서 데뷔 첫 승을 거뒀다. 무성한 턱수염을 기른 채 400야드에 가까운 장타를 날리며 코리안투어 대표 스타로 자리매김했다. 여기에 ‘베테랑’ 박상현이 맞붙으며 18홀 내내 짜릿한 승부를 펼쳤다.
이날 전반은 임성재의 시간이었다. 첫 홀부터 버디를 잡은 임성재는 7번홀(파4)까지 3타를 줄이며 리더보드 상단으로 치고 올라갔다. 중반 이후부터 다소 집중력을 잃은 모습이었다. 그의 장기인 정확도가 흔들리면서 급격히 타수를 잃었다. 9번홀(파5)에서 티샷 미스로 OB를 기록해 더블보기를 범했고, 이어진 10번홀(파4)에서는 2온에 성공하고도 퍼트 미스로 보기를 기록했다.
그래도 마지막 18번홀(파5)에서 버디를 잡아내며 1언더파 공동 24위로 1라운드를 마쳤다. 임성재는 “9번홀 실수 이후 시차로 인한 피로가 급격하게 몰려와 집중력을 잃었던 것 같다. 한국 잔디에 적응하는 데도 다소 어려움이 있었다”며 “내일은 오전에 티오프하는 만큼 더 멋진 플레이를 선보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후반은 박상현의 시간이었다. 경기 초반 파세이브를 이어간 그는 중반 이후부터 퍼트감이 살아나면서 빠르게 타수를 줄여나갔다. 11번홀(파4)부터 세 홀 연속 버디를 기록했고 4언더파 공동 2위로 경기를 마쳤다.
‘한국의 존 람’ 정찬민은 5번홀(파5) 티샷 미스로 기록한 더블보기에 보기를 추가로 기록하며 시작이 매끄럽지 못했다. 후반 들어 특유의 장타가 정확도를 회복하면서 버디를 연달아 잡아냈고 1언더파 공동 24위로 경기를 끝냈다.
여주=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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