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를 매수하고 입주를 앞두고 있습니다. 그런데 집주인이 계약 취소가 안 되겠느냐고 자꾸 묻더라고요. 이미 계약금에 중도금까지 다 냈는데 말이죠. 집값이 바닥 찍고 회복하니까 아쉬우셨나 봐요."
강남 집값이 바닥을 찍고 빠르게 반등하면서 저점에 집을 판 집주인들이 후회하고 있습니다. 이미 계약금에 중도금까지 냈는데도 불구하고 계약을 무를 수 있느냐고 물어오는 집주인부터 부동산 중개업소까지 괜한 분풀이를 하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12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강남구 대치동에 있는 은마아파트 전용 76㎡는 지난 1월 17억9500만원에 손바뀜했습니다. 이어 지난달엔 21억300만원까지 오르면서 3억800만원이 뛰었습니다.
이 단지 전용 84㎡도 마찬가지입니다. 지난 2월 21억3000만원까지 거래됐던 이 단지는 3월엔 24억원까지 오르면서 2억7000만원이 반등했습니다. 지난달엔 23억원대 거래가 3건이나 이뤄졌습니다.
집값이 단기간에 오르면서 저점에 집을 판 집주인들의 한숨은 깊습니다. '은마'가 있는 대치동은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집을 사려면 구청 허가가 필요합니다. 허가가 떨어지면 계약일로부터 3개월 이내 잔금을 내고 6개월 안에 실입주해야 하는데, 계약 이후 잔금을 내기 전 3개월 만에 집값이 껑충 뛰자 매도인들은 속이 더 타들어 갔습니다.
이 단지 안에 있는 A 공인중개 관계자는 "계약금까지만 들어갔다면 매수자에게 계약금의 2배를 주고 무르는 배액 배상이라도 생각해볼 수 있겠지만 중도금까지 받았다면 상황이 끝났다고 봐야 한다"며 "매수자와 협의를 통해 계약을 물리는 방법이 있겠지만 이미 가격이 오른 마당에 어느 매수자가 계약을 취소하고 싶겠나"라고 했습니다.
집주인이 더 안달 난 이유는 은마 재건축 조합 설립이 눈앞으로 다가왔기 때문입니다. 정비업계에 따르면 은마 재건축 추진위원회와 은마상가 재건축 추진협의회는 업무협약을 맺었습니다. 은마는 과거 재건축을 주도해온 옛 추진위와 상가협의회가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서 사업이 장기간 지체됐지만 이번에는 이르면 올 7월 열릴 조합창립총회에서 조합이 설립될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단지 내 B 공인 중개 관계자는 "조합이 설립되면 집값이 1억~2억원은 더 뛸 것으로 보는데 올 초 급매로 던졌으면 속이 쓰릴 만하다"면서 "매수자는 입주를 기다리고 있고 매도인은 중도금까지 다 받았는데 어쩌겠나. 계약이 끝난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했습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강남 집값은 이달 둘째 주(8일) 기준 0.01% 상승해 3주 연속 오르고 있습니다. 인근 서초구는 강남구보다 한 주 앞선 지난달 셋째 주(17일)부터 4주 연속, 송파구는 전주 하락세를 기록했다 이번 주 다시 상승세로 돌아섰습니다.
강남 집값이 저점을 기록하고 빠르게 반등하면서 속 쓰린 집주인들이 부동산 공인중개업소에 분풀이하는 사례도 있습니다.
개포동에 있는 C 공인 중개 대표는 "단기간에 수억원 반등하면서 집주인들 항의 전화를 받은 중개업소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잘 되면 내 탓, 안 되면 남 탓'이라는 말처럼 분풀이해야 할 대상이 중개업소가 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 같은 사례는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집값이 가파르게 하락했던 서울시 강동구 고덕·상일동, 경기도 화성시 '동탄신도시'에서도 공인중개사를 비난하는 일부 집주인들도 있었습니다.
상일동에 있는 D 공인 중개 관계자는 "집주인도 급하게 정리가 필요해 낮은 가격에 매물을 내놨는데, 가격이 너무 낮은 탓에 각종 문의는 물론 항의성 전화를 받기도 했다"고 토로했습니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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